"조직개편 코 앞인데"...책무구조도 대응에 금융사 '분주'
입력 2024.06.12 14:10
    금융사, 책무구조도 시행에 ‘발등의 불’
    당장 하반기 조직개편도 책무구조도 고려해야
    직제 등 법률적인 디테일 채우는 것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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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내년 초로 확정되면서 금융사들이 조직개편안을 짜느라 분주하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예정된 것이지만, 세부 규정이 이제야 확정돼 올 하반기 조직개편부터 이를 적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법률적으로 풀어야할 이슈가 산적한 만큼 금융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자칫 최고경영자(CEO)의 법적 제재까지 이어질 수 있어 법적 영역에서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책무구조도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엔 책무구조도에 담길 책무의 구체적 내용, 업권별 제출시기 등 법률에서 위임한 세부사항이 규정됐다. 

      당장 해당 개정안이 7월 초부터 시행되는 만큼 각 금융사들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하반기 조직개편 내용에도 책무구조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상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사들은 연말 또는 연초에 한 해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올해 초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주문에 발맞춰 리스크 관리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올해는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될 책무구조도 관련 개정안에 따라 미리 관련 직제를 담은 조직개편을 새로 짜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가장 ‘발등의 불’은 시중은행들이다. 금융회시지배구조법에서 책무구조도 제출시기가 규정된 은행·지주는 내년 1월2일까지,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업자와 보험회사는 각각 내년 7월2일까지다. 이에 은행들은 작년부터 각종 회계법인 및 로펌들을 선임하며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은 내년 7월까지로 아직까지 시간이 남아있지만,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한 해 조직개편을 마무리 짓는 만큼 해당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도 부랴부랴 여러 외부기관에 문의를 하며 책무구조도를 포함한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다. 

      그간 금융사 책무구조도 도입 과정에서 승기를 잡아왔던 컨설팅 회사와 로펌 간의 알력 다툼도 골칫거리다. 작년 책무구조도 도입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 딜로이트안진이나 삼일PWC, 삼정KPMG 등 컨설팅 회사들이 메인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법적 분쟁의 영역보다는 직무나 직제를 정하는 책무구조도가 컨설팅의 영역과 더욱 가깝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책무구조도 논의가 점차 진행되면서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세부 디테일을 채우는 역할을 로펌이 맡게 됐다. 일례로, 임원들의 전체 책무를 컨설팅회사들은 기존 회사 내 책무를 바탕으로 꾸렸다면, 최근에는 법령에 기반한 세부적인 직무를 바탕으로 책무구조도를 짜는 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금융사들의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관건은 금융사 임원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인 만큼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문의가 많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