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 C&C 주식가치 오류 주장…2심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
입력 2024.06.17 15:42
    최태원 회장 "노소영 내조 기여 극히 과다하게 계산"
    "선대회장 시절 증가분 12.5배 아닌 125배" 오류
    자수성가 아닌 승계상속 주장…선대회장 기여 강조
    2심 재판부 판결 내용 경정…SK는 "경정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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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한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반박하고 나섰다. 재판부가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판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론 '승계상속형 사업자'에 가깝기 때문에 공동재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2심 재판부는 판결 내용을 일부 고쳤지만, SK그룹은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등 판결 내용 전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와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등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 재산 추산액 약 4조원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65%, 35%로 나눠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이 재판부가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를 지나치게 적게 반영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두 차례 진행된 SK C&C(舊대한텔레콤)의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SK C&C는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주식이 최 선대회장 시절(1994~1998) 12.5배 오르고, 이후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355배 올랐다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 관장도 이 자수성가에 기여했다고 봤다. 여기에 반영된 대한텔레콤의 가치는 최 선대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상장 시점인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 등이다.

      SK그룹 측은 1998년 기준 주당 100원 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는 최초 취득 시 400원에서 선대회장 별세 무렵 5만원이 됐다. 두 차례 액면분할(1:50 비율로 축소)을 감안하면 최초 취득가는 8원, 별세 무렵은 1000원이었어야 하는데 2심 재판부는 이를 100원으로 봤다는 것이다.

      SK그룹 측은 주당 1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최 선대회장 시기 증가분은 125배가 되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로 줄어든다. '자수성가형'이 아닌 '상속 재산'의 성격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선대 회장의 기여분이 10배로 늘고,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이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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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고쳤다.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5배로, 선대 회장의 기여분은 12.5배에서 125배로 늘어나게 됐다. 재산분할 규모 등은 수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는 재산분할의 핵심 근거가 틀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오류를 수정했더라도 이를 전제로 한 판단들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이 SK그룹 측의 입장이다. 판결의 전제가 된 주요사실에 대한 오류이므로, 이는 판단내용과 직결되는 것이고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SK그룹은 상고심에서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이날 '비자금 300억 원'의 존재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의 성장 및 SK텔레콤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재판부의 주장을 전면 반박한 셈이다.

      SK그룹 측 대변인은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밝혀지지 않은 별도 비자금의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대 약속 어음의 행방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K 측은 당시 정부가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정식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형희 SK수펙스 위원장은 "SK의 6공 특혜가 무엇이냐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고 하면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특혜 내용은 구체적으로 적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장 제출 기한이 오는 21일인 만큼 조만간 상고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노소영 관장 측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개인 소송에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원고(최 회장) 주장에 따르더라도 여전히 SK C&C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