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빼고 다 팔 수 있다"는 SK스퀘어...정작 실행 움직임은 '제로'
입력 2024.06.19 07:00
    SK하이닉스 중심 포트폴리오 개선
    2兆 재원 마련 위해 "전부 다 팔 수 있다"
    원매자들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자산 대부분"
    평판 리스크 시초 '11번가' 매각은 사실상 뒷전
    4000억 묶인 국민연금, SK 행보에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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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된 SK스퀘어는 자체적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겠단 계획을 갖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사업적·재무적 측면에서 그룹의 중추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투자자산을 팔아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정작 내부적으로 분주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스퀘어는 현재 SK하이닉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를 비롯한 20곳이 넘는 투자 기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해당 자산의 장부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3000억원, 전년과 비교해 1조원가량 감소했다. 사실 SK스퀘어 투자자산 가운데 규모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 대부분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기업가치 상승엔 득이 되지 않으면서 재무·평판 위험을 불러온 사업들의 정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실제로 SK그룹 차원에서도 SK스퀘어 자산 정리를 종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취임한 이후부턴 SK스퀘어에 대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 내부적으로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을 염가에라도 매각할 의지가 엿보이지만 사실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평가 자체가 어려운 기업들이 대부분이란 지적도 나온다. 적자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실 눈에 띄는 자산이 없다보니 원매자들의 관심도 시들한 상황이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 측에서 하이닉스 빼고 모두 팔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인수할 수 있는 자산이 없다"며 "(SK그룹이 일부 자산들은) 저렴하게 처분할 계획도 있지만 (인수자 입장에서) 사실 평가 자체가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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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스퀘어, 넓게는 SK그룹 평판 리스크의 시초가 된 11번가의 매각 작업도 중단상태다.

      지난해 SK스퀘어는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20%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포기했다. 재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약 4000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의 자금도 묶이는 상황이 됐다.

      법정 다툼까지 비화할 조짐이었던 SSG닷컴을 둘러싼 논란은 신세계가 연내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FI지분을 사주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롯데쇼핑 역시 최근 PEF와 콜옵션 기한을 1년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SK그룹 발 콜옵션 포기 논란이 불거지자 대기업들 사이에선 FI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실 11번가의 경영권 매각의 결과물은 SK스퀘어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받는다. SK그룹 스스로 일으킨 논란을 잠재운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SK그룹 측에서 매각 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도, 그렇다고 11번가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내년 말엔 SK그룹의 콜옵션 행사기한이 다시 한번 돌아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한 형태로 매각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최대주주인 SK그룹이 협조가 있어야만 진척이 가능한데, 현재로선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상태"라며 "경영권을 매각하지 못한다면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를 비롯해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가 투자형 중간 지주회사를 표방하며 탄생한 지 만 2년이 지난 시점.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대주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애매한 기업으로 전락하면서 문책성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SK그룹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성하 사장을 대신할 후임으로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내정하고 곧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구조조정 성과가 부진한데 대한 문책성 인사에 가깝다.

      SK스퀘어의 구조조정, 그리고 SK그룹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현재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중심으로 SK그룹에 대한 과도한 국민연금의 익스포저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이 구조조정 성과를 내고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자금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주이자 투자자로서 언제든 SK를 향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아직은 SK그룹 발 논란에 국민연금은 아직 이렇다할 대응은 하진 않았지만 올해 개원한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