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만 돈 벌란 법 있나?"…망가진 PF에서 기회 엿보는 증권사들
입력 2024.06.19 07:00
    MG NPL 새먹거리 점찍은 NH투증
    "메리츠·한국투자證 전면에 나서는데"
    부실PF 사업장에서 기회 찾는 증권사들
    "기존PF 손실 NPL로 만회하겠다"는 전략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망가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과 부동산 담보부 부실채권(NPL) 영역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고수익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쏟아지고 있는 부실 PF사업장과 NPL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최근 NH투자증권 부동산금융본부는 MG새마을금고를 상대로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NPL을 처분하도록 하는 다수의 방안을 제시했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 규모는 총 188조원, 연체율은 5.07%로, 9조5000억원 규모의 NPL을 보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신협과 NH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는데, 올해 3월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2%포인트가량 늘어난 7%대를 나타냈다. 치솟는 연체율에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나자 처리 방안에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에 NH투자증권 측은 "새마을금고의 NPL 처분 관련 안을 검토하고 있는 건 맞는다"며 "새마을금고의 NPL을 직접 인수할지, 처리 방안에 대해 자문을 맡을지, LP(출자자) 역할을 맡을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NPL을 빠르게 매각해 연체율을 낮춰야 하는 새마을금고는 NH투자증권의 제안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새마을금고는 캠코를 통해 NPL을 대거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NPL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계획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NPL 인수에 나선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생소한 제안에 아직까진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먼저 제안해서 현업 부서에선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NH투자증권이 NPL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부실PF 사업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내 부동산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부실PF 투자사업) 전면에 나서고 있는데 NH투자증권이 손 놓고 있을 수 있겠냐"며 "NH투자증권 정도의 규모를 갖춘 증권사라면 해당 사업에서 당연히 기회를 노리려고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 외에 새마을금고 NPL에 투자 기회를 엿보는 증권사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단위 새마을금고들이 전국 곳곳의 PF거래에 참여한만큼 NPL 물건도 많고 그중에서 우량한 매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투자를 고려하는 곳이 늘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 NPL 물건이 가장 많으니 국내 증권사들이 MG NPL을 모두 탐내고 있는데 NH투자증권이 선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PF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의 부실채권 매물이 대량 출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NPL관련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는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PF 정리 방식은 경·공매든 부실채권(NPL) 매각이든 상관없다"며 반드시 부실을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는데, 금융당국은 230조원에 달하는 국내 PF 사업장 가운데 5~10%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금융(IB)부문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부실PF 사업장을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존 PF투자에서 회수하지 못한 자산들을 부실PF 사업장에 투자해 만회하겠단 셈법도 엿보인다. PF부문에서 상당부분 손실을 입은 NH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본부는 NPL 관련 팀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부동산PF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진출한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지난 2010년부터 부동산PF 딜 위주로 수익을 끌어올렸고, 이는 메리츠증권이 대형 증권사로 진입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투자의 상당수를 선순위로 구성해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도 '돈이 급한 곳'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산정,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구축해 나간 금융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메리츠증권은 부실PF 사업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메리츠증권은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1호(가칭) 결성에 나서 부실화한 PF 사업장에서 출하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 중이다.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롯데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이력에서 나타나듯 부실PF와 관련한 제반 거래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기관이기도 하다.

      브릿지론 등 하이리스크 PF 딜을 취급해 왔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대체투자전문 운용사 TPG 안젤로고든과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NPL 투자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펀드를 통해 부실 PF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7500억원 수준의 자금운용한도를 설정했다.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뿐만 아니라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또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PF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KB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실물 부동산, 브릿지론, PF대출 등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증권과 현대차증권 역시 비슷한 방식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 중이다.

      국내 증권사 부동산 부문 한 관계자는 "NPL 시장에 진입하는 증권사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NPL이 활황이었던 당시 소위 잘나가던 증권사가 지금도 잘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NPL 명가'를 따지는 건 큰 의미 없는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