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수시인사로 이커머스 수장 교체…쓱닷컴은 내부 혁신, 지마켓은 외부 수혈
입력 2024.06.19 12:54
    적자 누적에 수익성 개선 위해 수장 전면 교체
    SSG닷컴은 최훈학ㆍ안종훈 등 내부 인사 내정
    지마켓은 쿠팡ㆍ알리바바ㆍ네이버 등 경쟁사 출신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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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이 양대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쓱닷컴)과 지마켓 대표를 선임하고 핵심 임원들을 교체했다. SSG닷컴은 내부에서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면, 지마켓은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차별성을 보여줬다.

      SSG닷컴은 2019년 영업손실 818억원 시작으로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4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지마켓도 인수 이듬해인 2022년 영업손실 654억원에 이어 지난해 321억원의 적자를 내며 2년 동안 누적 손실이 1000억원에 가깝다.

      이에 19일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계열사에 대한 수시인사를 단행했다.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를 각각 해임하고, 그 자리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전무)을 각각 대표로 내정했다.

      SSG닷컴은 D/I, 영업, 마케팅, 지원 등 기존 4개본부 체제를 2개(D/I, 영업)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지원본부 부서를 대표 직속 기관으로 이동시켰다. D/I(Data/Infra) 본부장은 이마트 D/T(Digital Transformation)를 총괄하던 안종훈 상무가 맡게 됐다.  

      이번 SSG닷컴 수시 인사는 경영 안정성을 위한 '내부 인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최훈학 대표는 2000년 공채로 이마트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을 거쳐 마케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내부에서는 그로서리(식료품)와 관련 물류 경쟁력을 향상시킬 적임자로 평가된다. 

      SSG닷컴은 2022년 말부터 충청권 새벽배송 운영을 중단하고 전국 120여개 피킹앤패킹(PP)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적자 축소 및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플랫폼의 정체성을 그로서리로 설정하고, 온라인 맛보기와 그로서리 리뷰 시스템 등을 정비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공방 등 외부 잡음이 많아 내부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분위기도 있다. SSG닷컴은 정용진 회장 취임 첫해 FI와 풋옵션을 둘러싼 분쟁을 겪었으나,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마무리됐다. 

      지마켓은 쿠팡ㆍ알리바바ㆍ네이버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실시했다. 주로 경쟁사 인력들을 영입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고, 부진한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형권 신임 대표(부사장)는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 IB(투자은행)업계에서 근무하다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알리바바코리아의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ㆍ중동ㆍ코리아 대표를 역임, 중국 플랫폼들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제품책임자) 겸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 신임 Tech본부장에는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가 영입됐다. 

      신세계그룹은 수조원을 들여 지마켓을 인수했지만 이마트 부채만 쌓이는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토대로 하는 이베이코리아와 합병하면서, 출신 회사에 따라 그룹 내 갈등도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력을 수혈해 리더십에 대한 잡음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의 경우 그룹이 직접 회사를 만든만큼 내부 인사를 통해서 긴장과 격려를 가할 수 있다면, 지마켓은 오프라인 유통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에 관련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는 사람이 아니면 컨트롤 되기 어려운 부분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지마켓은 정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쿠팡이 독주하고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제고하고, '유통 1위'라는 신세계그룹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 측은 "이커머스 사업이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그룹 내 수시 인사가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