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귀국과 함께 릴레이 전략회의…이젠 묘책 내놔야 하는 삼성전자
입력 2024.06.21 07:00
    취재노트
    상반기 잇따른 강수에도 안팎 화두는 여전히 위기 돌파
    날아가는 경쟁사 몸값…때맞춰 부활하는 메모리發 실탄
    "삼성만의 강점 살리자" 메시지에 AI 턴키 등 복안 등장
    현실화 쉽지 않은데…6월 회의서 마땅한 묘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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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최고 경영진 회의에 들어갔다. 부침이 이어지며 올 상반기만 해도 여러 강수를 뒀으나 안팎 위기감은 여전하다. 회사를 들었다 놨다 하던 엔비디아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머리를 맞댄다 해도 넘어간 주도권을 다시 쥐기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래도 이번 6월 회의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를 시작으로 6월 전략회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재용 회장의 2주간 미국 출장에 이어 핵심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부진에 빠진 사업장을 돌아보고 미래 전략을 가다듬는 자리다. 오는 25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회의까지 일주일 내리 전 사업부가 돌아가며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러 파격 조치가 등장했으나 화두는 여전히 위기 돌파다. 회사가 먼저 위기감을 드러낼 정도로 전에 없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DS 부문장으로 복귀한 전영현 부회장을 필두로 상반기 중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임원들은 주 6일 출근, 각 사업부 직원들도 주 64시간 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하반기엔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 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도 예고된다. 회사는 작년 재원이 모자라 핵심 투자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일까지 겪었다. 과거 방식으로 회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삼성전자가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쟁사 동향을 살펴보면 위기감의 실체가 한층 더 명확해진다. 엔비디아 몸값은 기어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꼭대기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70조원을 넘어섰다. 코앞 인텔을 따라잡으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가치와 어깨를 견줄 위치까지 올라서게 된다. TSMC도 시총 1조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적절한 가치인지 따지기 이전에 인공지능(AI) 시대를 성큼 앞당기는 이들 3사 주식을 웃돈 주고서라도 사 모으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주가도 모처럼 힘을 받는다. 그러나 경쟁 3사와 달리 AI 리더십에 대한 평가분으로 풀이되진 않고 있다. 시장에선 AI 반도체 수요가 촉발한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으로 삼성전자의 상승을 설명하고 있다. 똑같이 낙숫물을 받아내고 있지만 주역이 아니라 조연에 가까운 느낌이다. 

      다행히도 메모리 업황 회복은 삼성전자가 주연 자리를 되찾기 위한 실탄을 두둑이 채워줄 수 있다. 업황 개선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을 감안하면 최대 캐시카우가 되살아나게 되는 셈이다. 범용 메모리가 한 해 수십조원 이익을 보탤 수 있다면 삼성전자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도 늘어난다.

      자연히 주도권을 뺏어오기 위한 삼성전자만의 묘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용 회장은 출장을 마치고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투자가들은 캐시카우 메모리 사업부의 부활과, AI 반도체 턴키 공급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파운드리 포럼에서 AI 반도체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을 공개했다. AI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HBM과의 패키징까지 담당할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AI 반도체 턴키 공급이라는 사업을 구현할 수만 있다면 대박인 것은 맞다"라며 "반도체 업계에서도 향후 칩 시장이 AI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턴키 공급자 지위를 구축할 경우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달리 보자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 등 경쟁 사업자를 모조리 따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1년 가까이 엔비디아 문턱을 뚫으려 고전하는 단계다. 메모리가 한 해 수십조원의 실탄을 채워준다 해도 엔비디아, TSMC 등 이종 사업자와의 경쟁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결국 이번 6월 전략회의의 결과물이 중요해졌다. 올 들어 이사회에서 이례적으로 그래픽카드(GPU) 투자 결정을 내리는 등 드문드문 힌트는 주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을 거둘 만큼 확고한 비전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회의를 통해 시장이 삼성전자에 기대를 걸 만한 돌파구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답이 바로바로 주어질 정도로 상황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지난 수년 볼 수 없었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단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라며 "전략회의에서도 뚜렷한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상반기 중 이뤄진 여러 조치들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