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이런 장(場)에 '1조'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6.25 07:00
    잠재 후보로 유통사·中알리 등 거론
    불황기 SSM 부상…매물 매력 있지만
    중복되는 입지·공정위 심사는 걸림돌
    결국 관건은 가격…"1조는 무리" 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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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에 나선 가운데 거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원매자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SSM 경쟁사인 롯데(롯데슈퍼)·신세계(이마트에브리데이)·GS리테일(GS더프레시) 등 유통 대기업과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MBK로서는 홈플러스 재매각에 앞서 규모를 줄이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인데, 결국 ‘가격’이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타이밍 자체는 잘 잡았다는 평이다. 적지 않은 가격에 매각하면 홈플러스 부채 감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MBK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00억원의 8~10배인 8000억~1조원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당 가격으론 원매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023년 11월 기준 총차입금은 5조3000억원, 부채비율은 1,622%, 차입금의존도는 59.4% 수준이다. 지난달 MBK는 메리츠증권과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리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원매자로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이커머스 업체들이다. 이커머스 업체가 인수하면 홈플러스 입장에서도 가장 ‘깔끔한’ 거래가 된다.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할 수 있고,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유통업 내에서도 직접적인 경쟁사도 아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겹치는 사업이 없기 때문에 고용 이슈 발생 가능성도 가장 낮다. 앞서 이달 초 홈플러스는 매각 검토 관련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통사에 투자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온라인보다 가까운 슈퍼에서 사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고 양도 많기 때문에 작년부터 SSM 업황이 다시 뜨고 있다”며 “SSM 인수를 고려하는 곳들은 오프라인 신선식품 확장을 위해서 인수하는 것이고, 온라인과 연계해서 배송하는 퀵커머스 확장을 본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큰 유인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중국의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알리바바 측과 협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 확장에 투자 의지를 밝힌 터라 매물을 살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리바바 측은 전면 부인했다.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국내 유통 기업과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한다. 해당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대형 회계법인을 포함해 IB들도 중국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해 알리바바의 인수 의지 파악에 나섰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최근 자국의 이커머스사들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중국 타 이커머스들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선봉장인 알리바바조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다른 중국 이커머스들도 적극 나설 유인은 많지 않다는 평이다. 

      대형 유통사들을 포함해 국내에서는 마땅한 유력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 더프레시 등 SSM 경쟁사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잠재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SSM 업체들도 성장 부진 타개책을 찾는 중이기 때문에 경쟁사 인수 검토는 옵션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이들이 수익성 있는 점포에 집중하는 전략을 피고 있다는 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허들로 꼽힌다. 온라인 전환 등 중요한 현안이 많은 유통 공룡들 입장에선 섣불리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도 어렵다.  

      물론 기업결합은 SSM으로 좁히지 않고 ‘리테일’로 확장하면 무리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업계 전반이라는 논리를 편다면 ‘유통업’ 점유율로 묶이기 때문에 SSM사업자가 인수하는 것이 공정위에서 막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 GS, 신세계 등이 지금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게다가 최근 자산을 줄이는 방향인데 유형 점포 자산을 추가하는 것이 끌리지 않을 것”이라며 “유통 대기업 업체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보다 이미 좋은 입지에 들어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SSM시장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경쟁사 인수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SSM들이 이미 수도권이나 주택 밀집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즉, 경쟁사 입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본인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진출해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입지가 겹치는 점포 통폐합을 하게 된다면 고용 문제가 번질 수도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처럼 ‘편의점’이 주요 오프라인 플랫폼인 국내 유통 대기업은 투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의점 외에 슈퍼마켓을 추가하면 오프라인 유통 점유율을 높이고 범위도 확장할 수 있다. BGF리테일은 슈퍼마켓 사업 진출을 과거부터 유력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후보군으로는 사모펀드도 있지만 이미 사모펀드(MBK)가 오랜 기간 보유한 매물인 만큼 이를 PE가 다시 받아주기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SSM의 경우 보통 같은 입지에 여러 브랜드가 이미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비슷한 지점이 있는 점포들을 추가 인수할 유인이 많지는 않다”며 “그만큼 알짜라면 유통업을 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이어가지 왜 매각을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