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파트너' 강조한 삼정KPMG, 66세 김교태 회장은 4연임 도전?
입력 2024.06.26 07:00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법인 공공성 강화됐다지만
    삼정 회장직은 무풍지대?…김교태 회장, 재임 14년째
    한 번 더 연임하면 20년…정년 고정된 타사와 대조돼
    연임 제한해 놓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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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정KPMG가 최근 88년생(만36세) 회계사를 파트너로 승진시키며 '세대교체'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58년생(만66세)인 김교태 회장은 14년째 CEO직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4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창업자가 아닌 인사가 20년 동안 회장직을 맡는 기록이 생기게 된다.

      글로벌 회계법인들이 ESG경영을 내세우며 CEO 장기집권을 제한하려는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회계법인 지배구조 차원에서 CEO 임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삼정이 단행한 28명의 신임 파트너 승진 인사는 업계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1988년생 회계사의 파트너 승진을 포함, 젊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삼정 측에서 강조하면서다. 실제로 삼정은 지난해 업계 최연소 부문 대표를 배출하는 등 세대교체 인사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30대 파트너, 40대 대표가 인사의 한 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CEO직을 두고는 세대교체란 표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세 차례 연임하며 14년째 삼정을 이끌고 있는 김교태 회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된다. 4연임에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한 차례 더 임기를 5년 연장할 경우 김 회장은 CEO로만 20년을 재임하게 된다. 

      김 회장의 연임은 비단 삼정뿐 아니라 회계법인 전체적으로 관심사다. 빅4 모두 CEO 임기 규정을 두고 재임 정도만 가능하게 한 상황에서, 삼정만 CEO 장기 재임이 가능한 조항을 두었기 때문. 거의 유일한 예외조항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김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 내부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거리가 있는 인사이다 보니 관심이 높다”라고 말했다.

      신(新)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법인의 공공성이 강화되며 이런 인사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신 외감법 하에서 표준감사시간제,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무화 등으로 상장사의 회계투명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 회계법인 CEO의 감사경력을 최소한 10년 이상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CEO의 전문성 및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도 CEO 임기를 지배구조의 중요한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는 CEO의 재임을 단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도록 요구하면서 딜로이트안진 CEO의 최대 재임 기간은 8년으로 제한했다.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은 창업주가 승계 문화를 직접 만들어낸 후 자연스레 유지되고 있다. 창업주 서태식 회장이 본인 스스로 만64세에 물러나고 보유 지분을 회사에 넘기면서 이후 만 62세를 정년으로 고정하는 등 자체적인 규정과 승계 문화가 마련됐다. 가장 존경 받는 창업주가 솔선수범을 보인터라 이후 후임 CEO들이 임의로 임기를 연장하기 힘들다. 

    • 삼정은 반대 경우다. 2012년말~2013년 비리제보와 파트너 제명 등 극심한 내부 파벌갈등을 겪다가 창업주였던 윤영각 회장이 물러나고 이후부터 현 김교태 회장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삼정은 2000년 삼정회계법인이 덩치가 더 큰 산동회계법인 인력을 흡수한 이후, '삼정출신'과 '산동출신'간 장기간 대립이 있어 왔다. 윤영각 전 회장이 삼정, 김교태 회장이 산동 출신이다.

      글로벌 EY의 국내 브랜치인 EY한영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대표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되 정년은 만60세로 정해놨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CEO 임기를 언제까지 하라고 정해놓은 법은 없다”라며 “사원총회를 통해서 임기를 결정할 수 있으나, 삼일에선 창업주, 선대 CEO들이 사원총회에 참여해 지켜본다는 점에서 현 CEO가 본인 임기를 늘리기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김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연임 여부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계법인이 공공기관은 아니어서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임기를 얼마로 제한하라고 요구하긴 힘들다. 하지만 회계 투명성 및 선진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선 CEO에 집중된 지배구조에 대해선 살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법인 지배구조에 대해선 업계와 종종 이야기 하고 있다”라며 “CEO 장기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