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재간접 펀드 막힌다…'꼼수' 물량 확보 제재 나선 당국
입력 2024.07.01 07:00
    재간접 펀드 레버리지 효과 제재 나선 당국
    업계 의견 수렴중…"구체적 안 정해진 것 없어"
    운용사는 기정사실화…하위펀드 환매 등 분주
    '우후죽순' 운용사 교통정리 목적이란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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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앞으로 재간접 펀드를 활용한 공모주 물량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그간 일부 공모주 펀드 운용사들은 재간접 펀드를 활용해 수요예측에 중복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금납입능력 이상의 물량을 확보해 왔는데, 최근 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 탓이다.

      재간접 펀드는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Fund of Funds)'다. 공모주 시장에서는 공모주 펀드 자금을 다른 공모주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재간접 펀드를 활용하면 같은 금액으로도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물량 배정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27일 자산운용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공모주 재간접 펀드와 관련한 제도 정비를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 뒤 올해 안으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재간접 펀드가 중복 청약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당국이 제재에 나선 것이다.

      현재 공모주 재간접 펀드는 레버리지 효과를 통한 물량 확보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가령 A펀드 100억원을 설정한 뒤 B펀드에 90억원을 재간접으로 투자하면, A펀드 100억원, B펀드 90억원의 청약 효과를 낼 수 있다. 100억원으로 190억원을 청약했을 때와 같은 공모주 물량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이와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재재간접, 재재재간접 펀드 투자도 가능하다. B펀드가 다시 80억원을 C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면, 재재간접 펀드를 통해 270억원의 청약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 과열이 지속되자 물량 확보에 나선 운용사들이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써내는 것을 넘어 이같은 재간접 펀드까지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제도 개선 방안은 하위펀드의 주금납입능력 한도만큼 상위펀드의 수요예측 참여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가령 A펀드 100억원을 설정한 뒤 B펀드에 90억원을 재간접으로 투자하면, A펀드는 10억원만 청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재간접 투자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단순히 레버리지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것을 넘어 하위 펀드들에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이 중복으로 부과돼 실질적으로 모펀드의 기대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당국과 금투협은 아직 제도 개선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투협측은 "공모주 시장에서 중복 청약과 관련한 잡음이 있다는 걸 인지해 이제 막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개선안이나 적용 시점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미 제도 개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재간접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를 대상으로 제도 개편에 따른 향후 공모주 시장의 전망과 운용사 자체적인 대응책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운용업계에서는 재간접 펀드가 막힌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그동안 재간접 펀드를 운용해왔던 곳들 중에선 벌써부터 하위펀드 환매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통상 재간접 펀드는 신생 또는 소형 공모주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전략이다. 대형 운용사에 비해 운용규모(AUM)가 작은 소형 운용사의 경우 재간접 투자를 통해 AUM 이상의 공모주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부 운용사들은 재간접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펀딩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당국의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 공모주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함 외에도 우후죽순 늘어난 운용사들의 '교통정리' 목적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3분기 275개사 불과했던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말 468개사로 크게 늘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부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벌써부터 올 연말 M&A 시장에 자산운용사 매물이 대거 나올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