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단골 된 NPL 투자사…중위권 하우스 타깃으로 부상
입력 2024.06.28 07:00
    [2024년 2분기 집계][회사채 주선 순위]
    1분기 대규모 조달 이후 2분기부터 소강상태
    은행 기업대출 확대로 중위권 경쟁 치열해져
    부동산PF 위기에 유암코 등 NPL 회사채 수요 부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회사채 시장은 총선 전 앞당겨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로 대규모 물량이 쏟아졌다.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주관사들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는 '캡티브 영업'에 뛰어들며 출혈을 감수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기업들의 대규모 조달이 끝난 2분기부터 회사채 시장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증권사들은 시장 내 '빅 이슈어'인 SK그룹의 추가 조달 가능성에 집중하는 한편, 부동산PF 부실 사태로 호황을 맞은 NPL(부실채권) 전업 투자사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중위권 하우스들의 경우 NPL사들의 주관 금액이 실적에 큰 영향을 줬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4년 2분기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는 약 46조7843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에 있었던 '총선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40조1755억원) 대비 발행 규모가 16% 증가했다.

      연초 기업들 사이에선 총선 이후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SK그룹은 활발한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며 올해 상반기 기업집단별 회사채 발행에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7500억원), SK E&S(5000억원), SK텔레콤(3800억원), SK온(3000억원) 등 전 계열사가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에만 5조2900억원을 조달했다. 

      LG그룹도 4조21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SK그룹의 뒤를 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1조6000억원, 1조원을 각각 한꺼번에 조달하면서 단일 회사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발행량을 기록했다. 

      SKㆍLG 등 대기업들의 회사채 주관 계약을 따내기 위한 증권사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양강 구도가 굳건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중위권 하우스들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SK온과 SK인천석유화학 등 SK 계열사들의 주관 계약을 따내면서 전년도 4위인 SK증권을 제치고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금융 계열사들이 채권 인수주체로 나선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개인고객(WM)사업부문의 발행어음 자금으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증권사 기업금융부서 임원은 "대기업들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조달하다보니 주관사단으로 대여섯 곳을 초청하는데, 이때 하우스들이 캡티브 자금 또는 북(book)을 끌어오겠다고 영업하는 것은 관행"며 "출혈경쟁은 맞지만 AA급, A급까진 소화 가능한 시장이기에 셀다운(재매각)에 대한 우려 없이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의 전체 주관 규모는 1000억~2000억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도 이 같은 중위권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이자 수익이 줄어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기업 관련 자산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니 올해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곳도 생겼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신용도 문제가 있는 중견 기업들마저 신규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하겠다는 곳이 늘어나면서, 무리를 하더라도 회사채 주관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중위권 증권사들은 최근 NPL 회사들의 자금 조달 수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 및 금융 당국의 PF 구조조정 정책으로 NPL 물량이 크게 늘면서, 연합자산관리(유암코)ㆍ하나에프앤아이 등 전업 NPL 투자사들의 실탄 조달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NPL 시장은 2022년 28조원에서 지난해 약 44조원까지 성장했다. 주요 NPL 공급자인 국내은행들의 NPL 매각 물량도 올해 8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유암코(9000억원)와 하나에프앤아이(6970억원)가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자, NPL 전업사들이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로 NPL 전업사들도 4%대 중반의 금리로 회사채 조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관련 회사채 수요는 지속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유암코ㆍ하나ㆍ우리ㆍ키움ㆍ대신 등 5개 회사가 4조원의 회사채를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채 시장 단골 된 NPL 투자사…중위권 하우스 타깃으로 부상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