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잇단 재건축 공사비 갈등에 우발채무 현실화?
입력 2024.07.01 07:00
    둔촌주공 사태도 공사비 갈등에서 시작
    청담르엘은 중단 예고, 이촌르엘은 이견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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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건설이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재건축 사업장이 멈출 경우 롯데건설은 우발채무가 실제 채무로 전환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청담삼익(청담르엘)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17일 재건축 사업장에 현수막을 걸고 공사 중지를 예고했다. 현수막에는 롯데건설이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85억원(직접공사비 2475억원, 대여금 1080억원, 사업비 1300억원)을 투입했지만, 조합이 일반분양,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도급공사비 정산 등 도급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공사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롯데건설과 조합이 협상하지 못할 경우 재건축 공사는 오는 9월 중단된다. 지난 1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PF 보증금액은 1513억원이다.

      롯데건설과 조합은 2017년 총공사비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작년 5월 롯데건설과 조합이 협의한 공사비는 5909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오염토, 폐기물 처리 공사에 따른 추가 금액을 포함하면 6313억원으로 늘어난다. 공사비 증가에 조합 내부에 갈등이 생기며, 작년 7월 전임 조합장이 사퇴했다. 2025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약 50%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합이 시공사에 지급한 공사비는 도급액의 약 6%다. 서울시는 최근 해당 사업장에 정비사업 갈등 조정 코디네이터 3명을 파견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은 서울 용산구 현대아파트(이촌르엘)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조합에 공사비 인상과 공사 기간 연장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4월 발송했다. 수주 당시 3.3㎡당 542만원이던 공사비를 925만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조합은 공사비 인상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롯데건설에 보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관련 이견이 있을 경우 통상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이라 전해진다. 지난 1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PF 보증금액은 223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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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비 인상으로 잡음이 생긴 재건축 사업장이 실제로 멈출 경우, 롯데건설은 보증금액이 실제 채무로 전환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건설이 청담르엘·이촌르엘 등 전체 정비사업장에 연대보증한 금액은 1분기 기준 1조2554억원이다. 지난 2022~2023년 PF시장에 큰 여파를 미친 '둔촌주공 사태'도 공사 중단의 시발점은 재건축 공사비 상승에 따른 시공사와 조합 사이의 갈등이었다.

      롯데건설은 "(청담르엘 재건축 사업의 경우) 롯데건설이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을 부치며 갈등을 공론화했다"고 전했다.

      PF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인상 여파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많아진 가운데, 공사가 멈추면 개개인인 조합이 체감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보니 여력이 있는 시공사일수록 강경하게 나오는 추세"라며 "시공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정도면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상황"이라 말했다.

      신용평가사 3사는 롯데건설의 재정 건전성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PF 관련 우발채무를 꼽는다. 

      롯데건설의 3월말 기준 도급사업에 대한 PF우발채무는 4조3100억원이다. 자기자본 2조6500억원에 비해 크고 이 중 브릿지론이 3조6600억원(84.7%)으로 그 비중 역시 높은 수준이다. 과중한 PF우발채무 규모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신용도 하향 압력을 키우고 있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과 펀드를 조성해 다수의 미착공사업 만기를 장기화하고, 1조4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본PF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