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고까워하는 우리금융? 대관라인 시험대는 임종룡 회장 국감출석 여부
입력 2024.07.05 07:00
    취재노트
    우리銀 횡령 사고에 정치권 강도 높은 비판
    여당,야당 가릴 것 없이 모두 밉보인 우리금융
    약해진 대관에 임종룡 회장 국감 출석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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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회에서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를 국내 대기업에 빗대 표현합니다. KB가 LG, 신한이 삼성, 하나가 현대라고 하면, 우리금융은 '주인 없는 회사'의 대명사인 포스코에 비유됩니다. 관(官)에서 낙하산 인사가 꽂히니 전반적으로 조직력이 약하고,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인데. 이러한 특성은 대관 업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

      우리은행에서 또 다시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 통제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잡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치권도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횡령 사고를 두고 우리금융 대관조직의 역량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소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보다 사태 수습에 급급한 태도로 일을 오히려 더 키웠단 설명이다. 올해 국정감사까지는 3개월 이상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임종룡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이야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횡령사고 보도자료, 타깃은 임종룡 회장?

      지난달 우리은행 경남 김해의 한 지점에서 100억원 가량의 고객 대출금 횡령 사고가 알려진 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그룹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자료를 입수해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임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3월 24일부터 2024년 6월 20일까지 1년 3개월 동안에만 발생한 금융사고는 4개 계열사에 총 9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그룹 전체의 금융사고 발생 내역을 입수해 발표하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통상적인 일이다. 다만 이번 강 의원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는 통상적인 자료와 달랐다는 평가다. 

      보통 금융사고 발생 건수와 관련한 자료는 최근 3~5년으로 기간을 설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콕 찍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로 기간을 특정했다. 보도자료의 '타깃'이 명확했다는 의미다.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도 담겼다. 

      강 의원은 "우리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실태 파악과 특별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으로 분류되며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종룡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백억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까지 비판했다. 

      與도 野도 모두 싫어하는 우리금융 힘 잃은 대관조직

      현재 국회 분위기는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우리금융을 벼르는(?) 모양새다.

      일단 야당 측의 태도는 이유가 명쾌하다. 임종룡 회장이 현재 관치금융과 모피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낙인 찍혔기 때문.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임 회장은 선임 전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의 암묵적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다수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임 회장을 제외하고는 금융권에 재직하는 모피아를 딱히 떠올리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수 야당 의원실이 임 회장 증인 소환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국감에 소환될만큼 큰 이슈가 없었고, 결국 준법감시인이 증인대에 서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불구, 야당에서는 여전히 임 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손태승 전 회장이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에 연임을 포기한 뒤 내려 온 인사가 임 회장"이라며 "당시 당 차원에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인물이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할 우리금융 회장에 오르는 것은 안될 일이란 입장문을 냈는데, 아직도 당내에서는 이러한 시선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야당과 분위기가 다르다. 대관조직이 일을 잘못해서 관계가 틀어졌단 평가다. 여당 의원실 보도자료에서 특별검사, 경영능력 부족, 모피아까지 강도 높은 발언이 등장한 것을 두고 우리금융이 여당에 밉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실 금융권 횡령 사고 현황은 정무위 의원실이라면 매년 입수해 발표하는 루틴한 자료들 중 하나"라며 "이런 자료에서 기간까지 특정해 임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것은 우리금융이 단단히 밉보였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보도자료가 나간 후 우리금융 대관조직의 대응 방식을 두고, 강 의원실측에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통상 이런 자료가 나가면 대관조직이 나서서 발언 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 대응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 우리금융 측은 사고 건수 사실관계 확인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까웠다"라며 "신한이나 하나에서 이런 사고가 터졌으면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직적으로 대응해 오지, 절대 이런 식으로는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회장 올해 국감 출석은 기정사실화? 시험대 오른 대관 역량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임종룡 회장의 국정감사 소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정무위원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초선이거나 정무위 경험이 전무한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고와 같은 쉽고 손에 잡히는 이슈는 '먹잇감'이 되기에 좋다는 설명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만큼 여야 가릴 것 없이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 금융권 인사는 드물 것"이라며 "국정감사 전 다른 은행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임 회장은 이번 국감에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대관조직의 역량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준법감시인이 출석하는 것으로 잘 막았지만, 타 금융사에 비해 금융사고 등 이슈가 많은 올해가 역량을 가늠할 본격적인 무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대관은 브랜드부문에서 이끌고 있다. 브랜드부문장은 장광익 부사장으로, 언론사를 거쳐 2023년 우리금융에 합류했다. 대관과 홍보 등 브랜드전략의 핵심 업무를 총괄하며 임 회장 체제에서 핵심 참모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다만 대관 업무에서 무게감은 전임자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의 황규목 W서비스네트워크 대표와 송태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대표가 동반 퇴임했다. 이들은 손태승 전 회장 시절 우리금융 대관을 총괄했던 인물들이다. 

      당시 이들의 퇴임을 두고 임종룡 회장이 '손태승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은행 경영진 출신인 황 대표와 송 부대표가 자회사 CEO로 자리를 옮긴 뒤 1년 만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 경영진들은 비은행 자회사에서 2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황 대표는 브랜드부문장으로, 송 부대표는 브랜드전략본부장으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춰 대관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은행 내부 출신인 황 대표와 LG경제연구소 출신인 송 부대표는 국회를 비롯한 관가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며 대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들의 동반 퇴임으로 탄탄했던 대관 네트워크가 상당부분 약화된 모양새다. 실제로 전임자인 황 대표의 경우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후 20여년 대관 업무를 담당해왔다. 대관조직 헤드가 2023년 우리금융에 합류한 현재 상황으로서는 단기간에 과거 네트워크를 따라잡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브랜드부문장이 교체되면서 대관 조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다"며 "관가와의 관계도 전보다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