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밥캣) 주주에 테마주(로보틱스) 떠넘기는 두산…외인 선택에 달렸다
입력 2024.07.16 07:00
    그룹 97% 영업이익 차지하는 밥캣
    만년 적자 로보틱스와 합병비율 1대 0.6
    주총결의, 매수청구 등 절차 넘어야
    밥캣 주주 40%는 외국인
    "外人들 정당성 인정할지" 여부에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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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그룹이 추진중인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그룹의 '유일한'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하 밥캣)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귀결된다. 

      그룹은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밥캣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이하 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만년 적자를 기록중인 두산로보틱스(이하 로보틱스) 자회사로 위치를 옮기고, 추후 주식교환을 통해 밥캣을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밥캣 주주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밥캣' 주주의 지위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밥캣 1주를 로보틱스 0.6주와 교환하는 것이다. 물론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게 전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대해 각 계열사들의 손익계산서는 주가의 흐름에 명확하게 드러났다. 발표 직후 로보틱스의 주가는 급등했고 밥캣 주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밥캣 주주의 입장에선 사실 연간 1조원을 벌어들이는 알짜 회사의 주식 대신 아직은 시장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로보틱스의 주식으로 교환해야 하고, 그마저도 1주에 0.63주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달가울리 없단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발표 직후 삼성증권은 "건설장비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로봇회사의 주주가 되는 셈"이라며 "일반적으로 시장은 복합기업 및 지주사보다 순수 영업회사를 선호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목표 주가 역시 주식매수청구가격까지 낮췄다.

      에너빌리티는 주가의 큰 변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캐시카우를 떼어내는 대신 차입금이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핵심 자회사를 떼내고 원전사업에만 의존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주가의 교환 비율에 대해선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를 따지긴 어렵지만 밥캣 주주의 입장으로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로보틱스를 살리기 위해 돈 잘버는 밥캣의 주주들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은 시가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상장회사의 주식교환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165조의4, 제176조의5·6에 따라 교환가액을 산출한다. 교환가액의 적정성에 대해선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의무가 없다.

      로보틱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3배, 주당순자산가치(BPS)는 약 6700원 수준, 주가수익배율(PER)은 적자상태이기 때문에 정량화하기 어렵다. 반면 밥캣의 경우 PBR은 약 0.85배, BPS는 6만2000원 수준, PER은 약 5.8배이다.

      그럼에도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2023년말 연결기준 영업이익 미화 약 10억달러)을 벌어들이며 그룹의 전체 97%를 차지하는 밥캣과, 적자를 면치 못하는 로보틱스(2023년말 연결기준, 영업손실 191억원)의 시가총액은 약 5조원 수준으로 유사하다. 분할합병 계약일 기준으로 로보틱스는 5조2000억원, 밥캣은 5조원 수준이었다.

      이는 로보틱스가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에도 로보틱스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되기도 했지만 주식시장에 불기 시작한 로봇 테마에 편승하며 현재는 8만원이 넘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밥캣의 주가는 1년 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력인 북미지역의 건설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로보틱스는 상장 이후 줄곧 '로봇'이란 테마로 기업가치가 급등한 상황이고 밥캣은 그룹의 현금흐름을 책임지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저평가 돼있는 현 시점, 주식교환에 대해 주주들은 정당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법적인 문제를 논하긴 어렵다.

      앞으로의 관건은 에너빌리티, 로보틱스, 밥캣의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과 주식교환의 안건이 통과할지 그리고 각각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얼마나 이뤄질지에 모여있다. 

      그룹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의 상한을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으로 잡았고 밥캣은 양사의 약 2.5~3배 수준인 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만890원으로 현재(15일) 주가보단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고, 로보틱스 역시 주식매수청구가격이 8만472원으로 같은날 주가에 비해 낮다. 현재를 기준으로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유인은 크지 않다.

      밥캣 주주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주총 특별결의 과정에서 반대를 하게 되면 현재 주가 수준인 약 5만459원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찬성하면 교환비율에 따라 로보틱스 주식을 받는다.

      이번 분할합병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밥캣의 대주주는 에너빌리티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약 54% 가운데 40%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이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차원에선 대주주를 제외하고 전체 주식의 20%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결국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번 분할합병의 정당성과 명분을 인정하는지, 그리고 동참하는지에 따라 분할합병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사업재편으로 인한 합병법인에 대한 시너지가 밥캣과 로보틱스 주주들에게 충분히 혜택이 제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성공하면 오너일가가 지배중인 ㈜두산은 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다소 줄어들게 된다. 대신 로보틱스는 대규모 자금 소요 없이 주식의 교부만으로 캐시카우인 밥캣을 100%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가까스로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추후 이번 거래의 최고 수혜를 입게 될 주체에 대한 논란,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개별 그룹사들에 주문하고 있는 '밸류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