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1순위 과제는 채권단 관리…은행권 접촉 분주
입력 2024.07.16 07:00
    SK그룹, 리밸런싱 과정에서 은행권과 스킨십 늘려
    합병 위한 동의·조단위 자금 조달하기 위한 목적
    채권 발행 환경 악화 대비해 은행권과 관계 강화 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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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부 조정에 나서면서 시중은행 등 채권단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합병 및 분할 과정에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다, 필요 자금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에 맞춰 조단위 자금조달을 타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이 나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사채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 E&S는 SK㈜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 시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지만, SK이노베이션은 상장사인 만큼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인 KKR이 중도상환을 요구할 경우 3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돌려줘야 한다. 다만 KKR은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원하기 때문에 상환 요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SK그룹은 주요 채권자인 은행들로부터 합병에 관한 동의를 얻기 위해서도 접촉을 늘리는 분위기다. 상법은 채권자 보호 제도를 두고 있어 합병에 대해 채권자가 이의를 제출하면 회사는 해당 채권자에 대한 변제, 담보제공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SK그룹 입장에선 이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총부채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 은행들이 대상이다. 통상 대출과 관련한 소통은 은행의 담당 RM(Relatinship Manager)이 전담하는데, 합병과 같은 기업의 중대 이슈는, 여신부행장이 주도하는 협의체에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차입금 감소, 실적 개선 등 합병 후 재무 청사진에 대해 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하단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병 같은 경우 일시적으로 비용 상승이 동반되기 때문에 향후 재무 청사진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따라 은행 여신협의체의 판단이 갈린다"라며 "SK그룹이 대주단 동의를 얻는 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전처럼 공모채 시장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은행과 관계 강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면 차입부담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곳이 많고, 경영권 변경 가능성이 있어 공모채 발행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은 리밸런싱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SK그룹의 채권 발행이 소강상태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SK그룹의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도 있다. SK그룹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적지 않지만 사업 호조를 보이는 SK하이닉스 측 차입금이 줄고 있어 추가 지원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산업을 집중 지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최근 시행된 데 따른 간접 수혜도 기대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은행권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