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영구채, 증권사 '자체 인수' 요구...6%대 금리에 "SK온보다 낫네"
입력 2024.07.17 07:00
    한화솔루션, 5000~7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검토 중
    AA등급에도 A급과 유사한 6%대 금리…증권가 적극 인수 의사
    가장 최근 있었던 SK온 사모 영구채보다 조건 '낫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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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이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 중인 가운데, SK온과 유사하게 증권사 북(book;자체운용한도) 인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광·석화사업의 실적 부진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조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사모 영구채를 발행한 SK온과 비교했을 때 증권사들이 받아들이는 부담은 훨씬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이 AA-의 비교적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했음에도 불구, A+인 SK온과 비슷한 6%대로 금리를 논의 중이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사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5000~7000억원으로 각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이에 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솔루션은 증권사들에 가급적 자체운용한도를 쓸 것을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의 자금운용한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발행된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SK온이 사모 영구채를 발행하며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등 기업들이 점차 증권사의 직접 지원을 바라는 기류가 관측된다.

      현 시점에선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금액을 인수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 그리고 다른 6개 사가 500~1000억원 수준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각 증권사의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인수 금액이 조정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증액 발행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각 사의 인수 금액을 두고 진통을 겪었던 SK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논의 중인 금리 수준이 높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AA급의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A급인 SK온의 사모영구채 발행금리와 비슷한 6%대가 언급되고 있다. SK온은 지난 6월 5000억 규모의 사모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표면이자율이 6.4%였다.

      한화솔루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매겨진 것이 이 같은 고금리의 배경으로 언급된다. 한화솔루션은 캐시카우인 태양광과 석화 분야의 동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재무 부담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3조원 규모의 태양광 종합생산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비롯해 다수의 투자계획이 있다. 반면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시기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6045억원이다. 대규모의 자금조달은 예상됐던 수순이란 설명이다.

      한화솔루션의 자금 조달이 '이제 시작'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만큼, 한화그룹과 좋은 관계를 쌓아 향후 거래 수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게 이득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한화솔루션 신종자본증권은 비교적 상환가능성과 이자 지급 안정성 역시 우려가 적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이전부터 한화솔루션이 자산유동화나 유상증자, 혹은 회사채 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사모 영구채 발행이 첫 타자일 뿐 이후 현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단 관측이다. 물론 자금 조달 시기에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향후 수 년 간 지속적으로 딜(Deal)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는 1000억원 이상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도 북 한도가 되는 만큼 담으려고 검토 중"이라며 "부정적 꼬리표가 달리긴 했으나 AA급의 발행사가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이어서 투심도 타사 사례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