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코 앞인데…삼성생명·화재도 다른 IFRS17 회계처리 '난감'
입력 2024.07.19 07:00
    보험사 회계처리 여전히 제각각
    보험사들 “IFRS 특성에 기인”
    감독당국은 기준 통일 요구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실적 및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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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도입 1년이 넘도록 회계처리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IFRS 회계의 특성상 기업들은 ‘자율성’을 내세우지만, 분기마다 달라지는 회계처리에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해당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IFRS17이 회사가 세운 수많은 미래 가정에 의존하다 보니 좀처럼 논란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당장 실적발표 시즌을 앞두고 처리방식 이슈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은 불안한 모양새다. 주주환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주가로 하락세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의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마다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처리 방식이 달라, 회사의 이익이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일례로 교보생명과 메리츠화재는 공시이율예실차를 기타포괄손익으로, 대부분의 보험사는 당기손익에 반영하고 있다. 공시이율 예실차는 금감원이 매년 제시한 미래공시이율(예정이율)과 보험사가 실제 보험상품에 적용한 공시이율의 차이로, 둘의 차이에 따라 회계상 이익이 발생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으며, 회사마다 상이한 방식으로 공시이율예실차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라고 말했다. 

      비단 이건 만이 아니다. ‘소멸계약 회계처리’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멸계약에 대해서도 회사마다 상이한 방식으로 수익을 인식했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작년까지 소멸계약에 대해서 당기손익으로 직접 인식했지만, 삼성화재는 이를 만기에 걸쳐서 나눠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삼성금융 계열사 내에서도 소멸계약에 대한 회계처리가 달랐던 셈이다. 

      작년에는 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감독당국에서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해지율 가정을 세운다고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실적 부풀리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IFRS17 도입 당시부터 회사마다 회계법인들과 논의해서 회계처리 방식을 결정한 사항이지, 의도적으로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서 회계처리를 잘못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집행해서 회계법인과 함께 회계처리 방식을 결정하고, 진행한 사항이다”‘라며 “IFRS17이 수많은 가정을 통해서 미래 이익을 산출하는 방식인데 이런 회계처리 방식에선 당연히 회사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회사의 자율성이란 측면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마다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서 이익이 크게 변동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심판’ 역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회계처리를 놓고 ‘이전투구’ 양상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회계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면 “누가 투서를 넣은거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게 다반사가 됐다.

      회사의 본질은 그리 바뀐 것이 없는데, 회계처리 방식이 달라졌다고 순이익이 최대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현 구조가 애초에 비합리적이었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애초에 보험업은 산업 구조 상 현행 회계제도로 완벽하게 수익 산정을 할 수 없는데, 자율성을 더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니 회사는 순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회사 사이에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해졌다는 게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 같다"며 "당장 순이익을 신뢰할 수 없으니 이익에 기반한 주주환원책 역시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공시이율예실차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꿀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이익규모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바뀔 수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회계기준 요인으로 순익이 45%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회계처리가 바뀔 수 있어서 실적 변동성이 커졌다.

      당장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선 실적 및 주주환원 예측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 주가가 꺾인 것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는 회계원칙 변경 가능성이 알려진 이후 39만원에 이르렀던 주가가 며칠 사이에 36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계는 몇가지 IFRS17 회계적 변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며, 이는 상위 보험사의 주주환원 정책 구체화에 다소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