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이지스 합작법인 무산됐지만 이지스 인력 이동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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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 이지스자산운용 간 합작법인 설립 계획이 무산된 가운데, 이지스운용 인력의 KKR 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당초 ‘윈윈’(Win-Win)으로 기대됐던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되면서 과실은 나누지 못한 채 인력 이탈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KR은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준호 이지스자산운용 밸류애드파트장(상무)을 새로운 운용사의 대표로 내정하고 본격적인 인력 구성에 나선 모습이다.
신 상무는 현재 KKR의 신생 운용사로 이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상무는 이전부터 KKR-이지스운용 합작법인의 대표로 내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이직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KKR은 국내 부동산 투자 거점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지스운용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신설법인에 KKR이 자금을 출자하고 이지스운용은 밸류애드투자파트를 분사해 인력을 제공하는 계획이 유력했다. 합작사 지분은 절반씩 확보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 설립은 양측 모두에게 ‘윈윈’(Win-Win)으로 보였다.
밸류애드투자파트를 이끄는 신 상무는 일찍이 대표로 내정돼 있었다. 옛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 남산스퀘어빌딩 개발 사업 등 KKR과 합을 맞춘 경험이 적지 않다. 이지스운용 내부에선 KKR과 손발을 맞춘 핵심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이지스운용이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검사를 받으면서 합작법인 설립이 무기한 보류됐다. 이지스운용의 대주주인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이 가족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대주주가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자산운용사 인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KKR과 이지스운용이 계획했던 합작법인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KKR은 이미 단독 운용사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문제는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됐음에도 이지스운용의 인력이 지속적으로 KKR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KKR은 최근 이지스운용에서 3명의 운용역을 추가로 영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1명의 팀장급 인사와 2명의 저연차 운용역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파견 나갔던 인력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이끈 팀의 추가 이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지스운용만 KKR에 인력을 내주는 모양새가 됐다. 운용역의 이직은 업계에서 빈번하지만 이지스운용이 합작법인에 인력을 파견 보내면서 오히려 이직을 부추긴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합작을 통해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지스운용의 손실이 명백해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지스운용과 KKR의 관계도 예전만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이 이지스운용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외국계 투자자들은 현지 감독당국의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펀드 이관을 문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준호 상무와 같이 KKR과 협력 경험이 풍부한 인재의 이탈은 향후 이지스운용의 딜 수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KKR의 단독 운용사 설립으로 국내 부동산 업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