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기로까지 몰고 간 당국…고강도 압박에 카카오는 '셧다운'
입력 2024.07.22 07:00
    취재노트
    구속영장 청구로 '압박 의지' 드러낸 檢
    '총수 구속' 기로에 카카오 내외는 술렁
    예상 어려운 상황에 카카오는 '숨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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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카카오 내외부가 술렁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한동안 움직임이 없던 수사가 내면서 ‘이제는’ 수사의 결말이 보이는 것일까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당장 수사의 결론을 예상하기 힘든 가운데 사법 리스크 피로도가 누적된 카카오는 총수 구속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단계가 됐다. 

      22일 오후 2시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기각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재청구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다소 노골적인 ‘찍어 누르기’로 비칠 수 있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 자체가 검찰 내부에서는 기소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기 때문에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기소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 동력이 한 풀 꺾일 수는 있지만, 지금 수사에 있어서 검찰이 의도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보니 김범수 위원장 측은 딱히 방법없이 최대한 방어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밤샘 조사를 벌인 지 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18일 김 위원장과 카카오 주요 계열사 CEO, 그룹사 컨트롤타워인 CA 협의체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그룹회의를 열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CEO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고조된 사법 리스크가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당국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혐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이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 혹은 승인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확보했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금감원 특사경으로부터 송치받은 지 8개월 만에 김 위원장을 소환한 검찰이 8일 만에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검찰이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 확보에 성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검찰로서도 체면이 서지 않게 된다.

      공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의사결정을 승인했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지난 3일 증인신문에서 "배재현이 브라이언(김 위원장)의 컨펌을 받았다'고 얘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SM엔터 인수를 주도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다만 관계자 진술 자체보다는 검찰이 확실한 물증이나 진술을 내놓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 구속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구속 기소를 하거나 사건을 정리하기에는 수사당국의 입장이 난처해지니 관행으로 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도 남겨두는 분위기다. 

      당국의 카카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혐의 자체보다 수사의 ‘배경’ 자체가 주목받는 상황이 된 지 오래됐다는 시선이 많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전 정권과 친해 현 정권에서 미움을 받는다’, ‘김범수 위원장이 당국에 찍혔다(?)’ 등 사실이 확인될 수 없는 루머들만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에는 10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의 통보를 받고 금감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이 대기업의 총수를 소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원이 금감원 로비에 몰렸는데, 수사기관이 아닌 금감원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는 것 자체도 전에 없던 일이라는 평이 많았다. 

      계속해서 총수가 당국에 소환돼 조사받고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못하는 모습 자체가 카카오그룹에는 장기 리스크로 영향을 주고 있다. 절차가 일부 진행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카카오라는 회사 자체의 사업이나 경쟁력, 전망은 오로지 사법 리스크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총수가 구속 기로까지 오면서 카카오 내부도 초긴장 상태다. 카카오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카오는 중요한 의사결정 등이 모두 ‘일단정지’다. ‘시끄러운 일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투자 등 중요한 사안들이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다. 역효과도 많았지만 어쨌든 카카오를 있게 한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죽고 그 어느 기업보다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SM엔터 인수 관련 '불법 행위'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이 영장 청구에 나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 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 배정 소식에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든 전망이든 카카오란 회사에 대해 기업 자체로 접근한 지가 오래됐을 정도로 사법 리스크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며 “모두가 부담인 상황이라 (수사가) 어떤 결론이든 일부 일단락 되는 것이 시장이든 카카오에든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