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때려야 하나? 칭찬해야 하나?…'원전 수주' 이후 속내 복잡한 여야
입력 2024.07.23 07:00
    취재노트
    '밸류업 역주행'서 '원전 수주 영웅'된 두산
    정부여당 평가도 급반전…곤혹스런 당국과 연기금
    野, 밥캣 금지법 발의로 與와 각 세우기 시작
    정치 쟁점화된 두산, 고준위 특별법ㆍ국감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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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그룹을 향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밸류업 프로그램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눈총을 받던 두산이지만, 체코 원전 수주를 기점으로 찬사의 대상이 되는 모양새다. 이를 지켜보던 야당 내부에선 불편한 심기가 커지고 있어, 두산그룹을 중심으로 한 여야 감정싸움이 연내 비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돈다. 

      최근 두산그룹은 자본시장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한전기술ㆍ대우건설 등과 함께 15년 만에 해외 원전에서 조(兆)단위 수주 물량을 확보하면서다. 프랑스 기업의 절반 수준을 제시한 탓에 ‘덤핑’ 논란이 불거지고는 있지만, 두산그룹 계열사 밥캣의 해외 인지도가 이번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두산은 분할 합병 및 주식 교환을 거쳐 두산에너빌리티의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적자 계열사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두산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밥캣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도 로보틱스 지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결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에너빌리티 소액 주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였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엇박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외국계 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IR에서는 두산그룹 사례를 언급하며 'K-밸류업'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원성이 거셌다. 이를 전달받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체코 원전 수주는 여론을 단번에 반전시켰다. 원전 산업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의 각을 세울 수 있는 핵심 아이템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정부여당은 연일 논평을 통해 수주 성과를 치하했고, 두산그룹을 향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려했던 일부 여당 의원실은 입을 닫았다. 밸류업을 강조해왔던 여당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측도 이제는 칭찬 여론에 편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여당만의 일이 아니다. 밸류업을 추진해야 하는 당국, 두산에너빌리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졌던 국민연금, 그외 연기금들도 두산그룹을 향한 기조를 정립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공을 강조하기 위해 두산을 칭찬해야 하는지, 외인 투자자들을 위해 비판해야 하는지 태도를 분명히 하기 어려워졌다.

      야당에서는 이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상장사의 불공정한 합병을 막는 '두산밥캣 금지법'을 발의한 것을 기점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및 정무위에선 두산을 대상으로 한 견제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숙원사업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특별법 통과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번 국회에선 환경단체 출신 여당 비례대표가 대거 입성했기 때문에 '친원전' 기업으로 분류되는 두산그룹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의 사업 재편과 해외 원전 수주 성과가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두산그룹은 의도치 않게 정치권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말았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치권 일정에서 두산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