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카카오의 '김범수 구속'…자본시장서도 '일단 숨죽이기' 예상
입력 2024.07.23 14:42
    김범수 창업자 구속…카카오 창사 이후 처음
    檢,확실한 물증 확보했나…안팎 긴장 최고도
    구조조정·투자 등 시장 내 활동 올스톱 예상
    "당국의 의아한 행보" 시장에선 중립 입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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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카카오는 총수 구속으로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룹 전반이 쇄신 작업에 나선 상황이지만 이를 지휘하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의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한 가운데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투자활동은 한동안 ‘올스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혐의 입증 내용과, 이후 재판 결과 등을 예단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새벽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2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한 뒤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김 위원장은 곧바로 구속됐다.

      검찰은 영장 실질 심사에서 수백 쪽 분량의 발표 자료와 1000쪽 이상의 서면 의견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 당시 검찰은 김 위원장의 시세 조종 공모 혐의를 입증하는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도 확실한 물증 없이 총수를 구속하지는 않을텐데, 관계자들의 일부 진술에 따라 혐의를 확인해 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재판이나 구속 후폭풍은 지켜봐야 할텐데 결과적으로 이런 사법 리스크가 그룹에 불러 올 결과와, 그로 인한 네이버와의 경쟁 지위 변화 등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카카오그룹 계열사를 통해 1300억원 상당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중점으로 영장 청구서를 작성했다. 카카오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11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매입한 내용은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공모했다는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아직 검찰이 가진 '확실한 증거'가 어떤 것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사법 리스크를 초래한 SM엔터 인수 자체에 대한 경영적 판단 오류는 아쉽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주가 조작' 혐의로 카카오가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이 수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향후 재판 등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시장에서는 일단 '관망' 입장이 많다. 투자자 등 관계가 있는 곳들, 거래(deal)를 논의하던 곳들도 당분간은 앞서 판단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위원장이 평소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 혐의를 받고 있는 '불법 지시'가 입증이 됐을 것이라고 믿기는 다소 어렵다"라며 "확실한 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당국의 행보에 의아함도 가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선 기업인들이 모두 감옥에 간다'는 평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장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이제는 발생 가능한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가장 주목되는 곳은 카카오뱅크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6%를 보유 중이다. 이외에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이 주요 주주다. 

      경영진이 처벌받으면 직원과 회사에 함께 책임을 묻는 양벌 규정에 따가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 이상이 내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적격성 요건을 충족 여부를 검토하는데,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보유주식 한도(10%)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5월 심사를 중단한 금융당국은 중간에 심사재개 여부를 검토했으나 카카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심사중단을 지속했다. 이미 카카오뱅크가 신청한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와 비금융신용평가업(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도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 중인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로 자본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체력은 이미 만들어져있지만 지금 노이즈를 만들지 않겠단 것인데 당분간은 이런 기조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은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시장성 활동은 한동안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안그래도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장기화된 사법 리스크로 ‘시끄러운 일 만들지 말자’ 상황인데, 한동안은 이런 기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그룹의 M&A도 ‘올스톱’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겠냐는 평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증권이 미국의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시버트 측의 통보로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시버트 측이 일정 수준의 재무적 조건 구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외에도 그룹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 측이 해당 인수를 상당 기간 동안 준비했고, 인수가 무산된 이후에도 인수 의지를 계속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 입장에선 아쉬운 거래 무산이란 평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SM엔터의 컬처앤콘텐츠(C&C)·키이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카카오VX와 세나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매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외에도 1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상당수가 잠재 매물로 거론되어왔다. 일각에서는 재판 등 경과에 따라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뿐 아니라, SM엔터 재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는 미래 카카오의 경쟁력에도 장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각국의 IT기업들은 AI(인공지능)시장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이런 와중에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은 카카오에 부담이다.

      현재 경쟁사인 네이버는 창업자까지 나서 AI 주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거의 5년만에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6월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라인야후 사태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를 당분간 단념한다고 밝히며 ‘일단 봉합’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