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운용사들 "올해는 휴가 포기했어요"
입력 2024.07.30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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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펀드레이징에 애를 먹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인 출자기조는 여전하고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만한 대형 기관들의 출자 사업도 해를 넘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진행됐던 주요 출자 사업엔 초대형 운용사들이 등장해 한자리씩을 꿰찼다. 하반기에도 대형사들이 등장해 주목 받는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남아있는 출자사업에서 몇 안되는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운용사들은 이미 휴가를 반납하고 제안서 접수와 프리젠테이션(PT) 준비에 한창이다.

      올 상반기엔 주요 기관들의 출자사업 일정이 겹치는 현상이 심화했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총회연금재단, 방폐기금 등이 출자사업을 진행했는데 한국성장금융에서 구조혁신펀드 운용 권한을 이양 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까지 가세하면서 운용사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컨테스트 제안서 작성에 시간을 써야했다.

      과거엔 주요 기관투자가들 간에 출자사업 일정을 조율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연금, 산업은행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기관들의 사업이 진행됐고 일부 기관들은 애초에 매칭을 위한 자금 출자를 계획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이 같은 기관들의 움직임이 흐릿해진 모습이다. 해외 부동산을 비롯해 대체투자부문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하면서 과거에 비해 보수적인 출자 기조가 강해졌다. 이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사를 대상으로 출자를 해야할 기관들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는 대형 운용사를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익률에 목마른 기관들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다 보니 일부 기관은 위탁사로 선정된 운용사를 대상으로 타 기관 출자사업엔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상반기 혼란스러웠던 펀드레이징 시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제껏 앵커투자자를 자처했던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출자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출자사업은 8~9월 사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한 운용사들은 물 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올해는 컨테스트 경쟁이 여느때보다도 치열하고 매칭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펀드레이징 환경에서 휴가를 가는 건 사치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다른 한 PEF 운용사 파트너급 인사 역시 "올해 9월까지 계획된 기관 출자사업 준비에 한창이다"며 "우리 운용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형 운용사들이 출자사업과 펀드레이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비슷한 시기 출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란우산공제회는 최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새로 선임한 이후 첫 출자사업이다. 지난해엔 연말에 출자사업을 추진했던 수출입은행은 일정을 조금 앞당겨 출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와 세부 계획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관의 위탁운용사 선발과는 별개로 매칭을 위한 자금 모집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기관들의 출자사업에 매칭 자금 성격의 출자를 지원했던 시중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사)들은 위험가중자산(RWA)의 관리로 인해 대규모 출자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인한 연체율 상승 등으로 여력이 없다.

      올 하반기까지 주요기관들의 출자사업이 마무리되면 개별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성적표가 공개된다. 예단하긴 이르지만 대형사에 대한 쏠림과 이로인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주요 기관들의 위탁운용사로 선정은 됐지만 매칭 자금을 구하지 못해 펀드 사이즈를 줄이거나 위탁사 지위를 반납하는 현상도 잦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