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美 대선…계산속 더 복잡해지는 韓 배터리 3사
입력 2024.07.31 07:00
    일방적 판세 깨진 美 대선…완성차 고객사 고심中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LG·삼성·SK 배터리 3사
    기술 다변화 필요한데 수익성 기대는 더 떨어질 듯
    美 보조금 외 對中 정책도 변수…"직접 경쟁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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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풍향계가 오락가락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트럼프냐, 해리스냐 대응책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선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순서상 고객사가 방향을 정하기 전까지 주도적으로 전략을 짜기 어려운 데다 완성차 업체에 비해 선택지도 좁은 탓이다. 중국을 봉쇄하는 동시에 넉넉한 보조금까지 지불해온 미국 정부가 얼마나 변심하게 될지 상당한 불안감이 전해진다.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선 포기 이후 국정 계획에 대한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를 통해 새 후보로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여론도 재차 세를 불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해리스 후보는 피격 사건으로 대세로 부상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우세한 형국이나 종전의 일방적 판세는 깨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중장기 전기차 판매 전망·목표치를 낮춰잡으려고 업계 전반이 대기 중인 단계"라며 "트럼프가 과거처럼 친환경차에 부정적인 입장인 건 아니지만 보조금 문제만 건드려도 기존 전망치는 훅 꺾이게 되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완성차 업계에선 누가 당선되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유사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끌어올리되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혼류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경쟁사 역시 당장은 전기차 전략 수정을 유보하는 단계로 파악된다. 

      이들을 고객사로 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같은 전략을 취할 수 없다. 선거 결과와 고객사 전략이 확정되기 전까진 전체 친환경차 시장이 얼마나 좁아질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3사엔 내연기관이라는 대안도 없고, 어떤 자동차를 만들어 팔지 주도권은 다시 완성차 고객사로 넘어가버린 상황"이라며 "최대 시장인 미국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가 사라지니 종전 완성차-부품사 갑을 관계가 부활하며 배터리 업체가 수동적 자세로 머물 수밖에 없게 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일단 3사 모두 전기차 시장에 한해서라도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기존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방 완성차 고객사처럼 어떤 시장 환경에도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LG엔솔과 삼성SDI가 다시금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언급을 늘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수익성은 더 가파르게 줄어들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보조금까지 삭감될 경우 이들 3사의 중장기 수익성이 3~5%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사들이 삼원계 배터리에 풀 베팅을 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고객사에 전가하는 동시에 미국 보조금까지 덧씌워 남긴 마진이 7~8% 수준"이라며 "지금은 사실상 3사가 전부 적자 수준이다. 이게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 차라리 시장 논리에 따라 일부 공급사를 퇴출 시켜서 공급과잉을 빨리 해소하는 게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역시 막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 요구에 따라 3사 모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을 서두르고 있는데 미국의 견제 없이는 중국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국내 3사 반값 수준에 공급 가능한 LFP 배터리 재고를 잔뜩 쌓아두고 있어 완성차 고객사들의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배터리사가 계약한 LFP 배터리 공급가가 kw당 90달러 정도였는데 중국산은 kw당 45달러 안팎도 가능하다"라며 "보조금이 깎이더라도 더 확실하게 중국 업체를 막아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