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앞세운 한국앤컴퍼니 첫 중간배당…결국 '자화자찬'한 조현범 회장 주머니로
입력 2024.07.31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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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가 사상 처음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창사 83년만에 첫 중간배당이다.

      배당 규모는 지난해 연차 배당금의 30% 수준(약 200억원)이다. 자회사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상승 동력을 찾지 못했고 지주사는 겨우 자회사 지분 가치 정도만 인정 받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번 중간배당은 올해 초 정관변경을 통해 근거가 마련됐다. 회사는 이번 배당을 '선진 주주환원 정책의 도입, 주주가치 극대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주주 가치 극대화를 강조해 온 조현범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배당의 가장 큰 수혜자는 조현범 회장임은 명확하다. 지주회사의 지분 42%를 보유한 조현범 회장은 이번 배당을 통해 80억원이 넘는 현금을 수취한다. 

      조 회장 외에 특별관계자인 조양래 명예회장(4.4%), 지난해 말 특별관계가 해소한 조현식 고문(18.93%)과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씨(10.61%) 등을 포함하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78%에 달한다. 소액주주의 비율은 약 18%에 불과하다.

      한국앤컴퍼니의 배당은 조 회장에게 유용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조 회장은 현재 한국앤컴퍼니 지분 상당부분을 대출을 위한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NH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회사로부터 1900억원을 빌렸고, 이를 위해 지분 26.3%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자율(4.95~5.9%)을 역산하면 한 해 약 100억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배당을 통해 상당 부분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조 회장의 지분율은 7.7%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6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했지만 조 회장이 직접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한국앤컴퍼니로부터 받는 배당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사실 한국타이어의 1600억원의 배당금 또한 지난해 실적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당장 한온시스템 경영권 인수에 1조원이 넘는 자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한온시스템의 실적 저하, 주가 하락에 따른 여파에 경영권 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의 꾸준한 배당 확대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재계에선 밸류업 바람을 탄 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창이다. 

      SK그룹은 SK온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뚜렷한 사업재편에 나섰고,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만년 적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너회사인 한화에너지는 '책임경영'을 앞세워 지주사 공개매수를 추진했으나 목표에 미달했다. 모두 주주권익 강화와 시너지 효과를 내세우며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주권익보단 실익이 명확한 소수를 위한 작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배당의 확대, 주주환원의 극대화는 주주들 입장에선 반길만한 요인임을 부인할 순 없다. 다만 그 수혜의 대부분이 총수와 오너일가로 수렴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앞세운 '주주가치 극대화' 그리고 '평소 주주가치 극대화를 강조해온 조현범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란 해석이 어울리는 생각해보게 된다.

      조현범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다. 조 회장의 배임사건은 휴정기가 끝나고 내달 재개된다. 이번 한국앤컴퍼니의 회장님 띄우기 계획이, 정부 정책에 발 맞추려는 어설픈 전략을 한꺼풀 벗겨내 거래의 본질을 보기 위한 똑똑한 투자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