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RO사업 맞붙는 HD현대 VS 한화…20조 사업 공략집은 여전히 안갯속
입력 2024.08.01 07:00
    현대重·한화오션, 美 해군 MRO사업 입찰자격 확보
    양사 모두 해외 조선소 인수 물밑 추진
    '수익성' 이유로 돌연 입찰 참여 거부한 현대重
    필리조선소 인수한 한화오션, 수익성 입증 과제
    "美 MRO, 구체적인 전략 알 수 없다"는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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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에 뛰어들었다.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함정 MRO사업은 글로벌 조선사들에는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양사는 지난해부터 해외 조선소 인수와 업무협약(MOU) 등을 추진하며 미국 함정 MRO 사업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최근 두 회사 모두 입찰자격을 획득했다. 다만 그 사업 규모와 중요도에 비해서 양사가 마련한 사업전략은 명확하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각 미국 해군 MRO 사업 입찰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다.

      양사는 미국 MRO 사업 진출에 힘써 왔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직후인 지난해 5월 MRO 전담팀을 신설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4200억원을 MRO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총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원)에 인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필리핀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해 기반을 닦았다.

      MRO 사업은 방산 사업의 '끊이지 않는 금맥'으로 불린다. 

      함정은 건조한 이후에도 꾸준한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계 및 건조 사업과 비교해 수익성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는다. 함정의 평균 수명은 30~40년으로, 이 기간 동안 꾸준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약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예산의 70%는 MRO에 할당돼 있다. 특히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비롯 500척 가까운 함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 평균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 중이다. 글로벌 MRO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사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해외 조선소, 특히 미국 조선소 인수가 필수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미국 해군이 다른 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작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성 장관의 재량으로 타국에서 작업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해군 함선들이 거제와 울산 조선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MRO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미국 또는 미국과 인접한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했단 평가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해외 조선소 인수를 추진해 왔다. 

      한화오션은 실제로 미국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해당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먼저 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맺은 곳인데, 한화오션이 경영권을 인수를 추진하면서 양사가 필리조선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단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호주와 미국 해군에 함정을 납품하는 오스탈 조선소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모두 인수에 공들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IB에 자문을 맡기고 상대적으로 수면 아래에서 인수를 추진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의 첫 MRO 사업 입찰 제안을 거절했다. 이제껏 해외 조선소 인수를 비롯해 MRO 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이 보낸 MRO 사업이 주로 보급선이다보니 사업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신조 물량을 위한 도크를 따로 빼서 MRO 사업을 하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설명하며 "경쟁사(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어, 보다 안정적인 모델을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MRO 사업의 구체적인 전략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측은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해선 여러 전략이 있었고 지금도 검토 중인 옵션이 많으나 현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오션 또한 미국 MRO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MRO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시장에선 적자가 지속하고 있는 필리조선소의 수익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실제로 필리조선소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원가의 증가, 미국 내 공급망의 붕괴 등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4억4000만달러(약 6100억원)을 기록했지만, 7200만달러(약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의 인수금액은 1억달러(약 1380억원)이지만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측은 최근 실적발표 과정에서 필리조선소의 수익성과 관련한 질문에 "인수 후 구체적 운영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단 국내 투자자들은 조선업황의 호조에 힘입어 대규모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모양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방위산업 그리고 조선업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해외 사업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