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E&S와 합병 전 적자전환…석유 부진에 SK온 손실 확대
입력 2024.08.01 13:58
    합병 전 석유 시황 악화에 전방 전기차 부진 겹친 탓
    SK온 적자폭 4600억원으로 확대…마진률 -30% 기록
    7월 들어서도 전방 부진 시그널 가득…우려 이어질 듯
    정상화 위한 의지 강조…"합병이 최선책, 지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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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을 앞두고 적자로 돌아섰다. 석유 사업 업황이 꺾인 데다 SK온의 손실이 더 커진 탓이다. SK온이 예상과 달리 빅배스(Big bath)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상반기에만 8000억원가량 손실을 기록했다.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가 우려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회사는 합병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발표회를 열고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8조7991억원, 영업손실이 45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이 지난 분기보다 소폭 감소했며 다시 적자 전환했다. 이번 분기 당기순손실은 6397억원,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7373억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7.7%로 역성장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사업 정제마진 약세 타격이 컸다. 예상보다 휘발유 수요가 약한 가운데 시황이 악화하며 마진 감소폭이 5100억원에 달했다. 지난 분기 6000억원가량 이익을 낸 석유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42억원으로 줄었다. 화학 사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스프레드가 개선됐지만 정기보수에 따른 매출 감소로 1000억원 수준 이익을 남기는 데 그쳤다. 

      결정적으로는 배터리 사업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회사는 2분기 영업손실이 1분기와 유사한 3000억원 선일 것이라 내다봤으나, 적자 폭은 4601억원으로 확대됐다. 화학·윤활유·석유개발 등 다른 사업부 수익을 합한 값보다 크다. 수익성은 -30%를 기록하며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 발표회에 참가한 투자가들의 질문에서 SK온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 SK E&S와 합병을 전격 결정했지만 배터리 사업 바닥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이날 집계된 지난달 양극재 수출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의 배터리 가격을 결정하는 양극재 판가는 올 들어 2022년 1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방 수요가 3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단 얘기"라며 "지난달 양극재 판가는 물론 수출물량, 금액 모두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SK온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3분기에 더 커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방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7월 통계치가 회사의 하반기 전망과 배치된다는 얘기다. 이날 SK온은 금리 인하 및 배터리 판가 하락 덕에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판가 하락세와 가동에 들어간 신공장 생산능력(Capa)을 감안하면 전방 수요가 소폭 회복하더라도 고정비 부담을 줄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다소 우세하다. 

      SK온은 일단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부진에 빠진 시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방 수요 부진에도 중장기 성장 전망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운용효율을 끌어올리고 ▲고객사 풀과 배터리 제형(폼팩터)부터 소재 구성, 응용처 전반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온은 일본 닛산 외 중국, 미국 업체를 가리지 않고 신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예정된 합병 작업들의 시너지나 구체적인 SK온의 경쟁력 강화 성과가 드러나기 전까진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어 수주에 어려움이 따르고, 각형 등 신규 폼팩터는 기술이 있어도 양산 경험이 없어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내부적으로도 하이니켈계 파우치 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하면 곤란해질 거란 불안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결국 성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자체적으로도 SK E&S와 합병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적·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날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시장 우려가 높은 점을 알기에 합병 결정 이후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데 이해를 구하려 한다. 반드시 합병을 성사시키고 기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