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비율 고민 큰 우리금융…주주환원 이행 가능성 ‘물음표’
입력 2024.08.02 07:00
    취재노트
    CET1 비율 12%로 4대 금융지주 중 최저
    매년 30bp 올리겠다는 계획 밝혀
    내년말 부터는 CET1 비율 및 주주환원 약속 지켜야
    동양-ABL생명 낮은가격에 인수하고
    우리투자증권 수익성 보여줘야 해
    증권가 "일단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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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주가도 반응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약속한 주주환원을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확장, 동양-ABL생명 인수 등 금융지주 확장과 동시에 주주환원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혀서다. 자본비율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낮다는 점에서 현실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중장기 밸류업 계획을 공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주도해 마련한 주주가치 극대화 프로그램이다. 우리금융이 내세운 것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기반 주주환원 역량 제고’ 프로그램이다. 중장기 목표로 ▲지속 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보통주자본비율에 따라서 총주주환원율 방안을 제시한 점이다. 보통주자본비율 12.5~13.0% 구간에선 40%, 13.0% 초과시에는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이다. CET1 비율은 12.5%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해당 플랜에 따르면 2025년 이후 부터는 우리금융은 CET1 비율을 명분으로 주주환원을 줄일 수 없다.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해당 발표 다음날(26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전날(1만4530원)대비 10% 이상 증가한 1만6180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계획이 실천 가능한지 뜯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CET1 비율이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현재 12%에 불과하다. 작년말과 동일한 수치로 분기 최대이익을 기록했지만, CET1 비율에선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CET1 비율을 올리는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차환 물량으로 자본비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증권가에선 주주환원을 작년보다도 줄일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자본비율이 경쟁사 대비 상당히 낮고, 연말에도 12.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주당 배당금(DPS)이 상당폭 상향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지난해 보다 낮은 32%대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인수 가격에 따른 CET1 비율 감소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인수가격이 1조9000억원이 넘을 경우 CET1 비율 하락 부담이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은 동양-ABL생명 인수가격이 1조4500억원일 경우 CET1비율 차감이 0.13%포인트, 1조9000억원일 경우 CET1 비율 차감이 0.26%포인트, 2조3500억원일 경우 0.45%포인트, 2조8000억원일 경우 0.65% 포인트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금융도 이런 점을 의식해 지난 25일에 진행된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동양-ABL생명을 무리해서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동양생명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오버페이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M&A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에선 CET1 비율을 내세워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동양생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치를 충족 못할 경우 주가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고민은 CET1 비율 때문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쉽사리 포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이 4대 금융지주 중에서 CET1 비율이 가장 낮은 이유가 은행을 제외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본을 늘리던지,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우리금융은 한때 CET1 비율이 12% 이하로 떨어지자 금융지주 차원에서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명목으로 계열사에 ‘대출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제시한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동양-ABL생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인수 후 추가 부실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한다. 계리 전문가들은 실사과정에서 ABL생명 부실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ABL생명 매각이 무산된 배경에는 인수 후 증자 요인 때문이었다. 양사 합병으로 그런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그만큼 인수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더불어서 새롭게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수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야 한다.우리투자증권은 초대형 IB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자기자본이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투자증권을 키우기 위해선 우리금융지주가 증자 등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로선 여력이 충분치 않다. 심지어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을 탄생한 우리투자증권은 전신인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에만 의존해선 CET1 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기 힘들다”라며 “회사는 동양-ABL생명 인수 및 우리투자증권 성공을 감안해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주들에게 한 약속이라 일단 지켜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내세운 중장기 전략이 공염불에 그칠 경우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회사가 시기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공시한 상황에서 해당 약속을 어길 경우 투자자 이탈 등 상당한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주주환원 로드맵 발표에도 주주인 IMM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2.3%(약 2640억원)을 블록딜 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현재까진 대동소이하다. “설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겠냐”라는 것이다. 더불어 당장 투자자들은 이미 CET1 비율 13%가 넘어 주주환원이 가능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있는데 굳이 우리금융 주식을 사야하느냐 반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까지 한 것으로 판명나면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 하락은 돌이키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