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최악의 날'…코스피 2400선 깨지며 기관들도 '패닉'
입력 2024.08.05 16:06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아시아 증시도 초토화
    증시 급락에 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
    삼성전자 장중 10% 하락…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시 혼란에 국내 기관들 우왕좌왕…일단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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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 확산에 국내 증시가 역대 최대 낙폭을 보였다.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가 장중 5% 이상 하락한 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이다. 코스닥도 12%대 폭락하며 700선이 깨졌다. 

      장중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 이후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낙폭을 보며 기관 투자자들도 일단 관망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4.88포인트(8.78%) 내린 2441.3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2300선까지 추락했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소폭 회복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8.09포인트(11.08%) 내린 691.24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장 초반부터 거센 낙폭세를 보였다. 오전 11시께는 코스피200선물지수 급락으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20년 3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오후 1시 5분께는 코스닥150선물가격과 코스닥150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시장의 사이드카는 지난 2023년 11월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되면서 발동된 바 있다.

      이후 오후 1시 56분부터 코스닥지수가 8% 넘게 내리면서 20분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후 2시 14분부터는 20분간 코스피 거래도 중단됐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하는 서킷브레이커의 발동요건을 충족하면서다. 

      이날 국내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동반 10%대 추락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벌어진 지난 2008년 10월 24일 이후 약 1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 전해진 미국 대표 반도체주인 인텔의 실적 악화 및 정리해고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인텔 주가는 하루 동안 26%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외에 KB금융, 기아, 현대차, POSCO홀딩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4700억원, 코스피200선물을 6900억원 순매도하는 등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는 미국 빅테크 주가 조정과 더불어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도세를 지켜보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앞서 나왔지만 '예상보다'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기관들은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통상 낙폭이 크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도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일본 증시도 폭락하는 등 글로벌 시장이 심상치 않자 당장 투자 전략을 고민하기도 이르다는 분석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미국 상황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낙폭이 생각보다 커서 ‘뭐가 더 있나’ 생각이 들 정도”라며 “롱숏 전략을 고민하기에도 혼란이 커서 우왕좌왕한 상황인데 기관들도 일단 이런 증시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계속된다면 정부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지켜보고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낙폭은 지난주 글로벌 증시를 덮쳤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증시는 지난주 후반 발표된 미국 7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주식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사했는데,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침체 우려가 부각됐다.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4.3%)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던 시장 관심이 고용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이날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초토화됐다. 

      5일 일본 증시가 하루 만에 12% 넘게 떨어지면서 1987년 10월20일 '블랙 먼데이' 이후 사상 두 번째 하락률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12.40% 빠진 3만1458.4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들어 닛케이 선물 지수에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닛케이 선물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16년 6월24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도 장중 한때 8%가량 하락했다. 오전에 오사카증권거래소는 토픽스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토픽스 선물 거래에 대한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대만 자취안 지수는 장중 7.9%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