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한 국민연금 운용역 채용 경쟁률…업계 불황에 '커리어 피난처'?
입력 2024.08.07 07:00
    취재노트
    국민연금, 3차 기금운용직 채용 진행중
    경쟁률 3.5대 1…2차 채용보다 크게 올라
    어려워진 운용업계…처우 개선 NPS '주목'
    주니어 지원 몰리며 커리어 피난처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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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현재 기금운용직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직전 채용보다 경쟁률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자산운용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민연금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운용사 인력들이 대거 지원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번 국민연금 운용역 경쟁률 반등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업계 대비 낮은 처우와 전주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인기가 시들했던 국민연금 운용역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주니어'급인 전임운용역에 인력이 몰린 것은 국민연금이 '커리어 피난처'로서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류접수를 진행한 제3차 기금운용직 채용에 149명이 지원해 3.5대 1(채용예정인원 43명)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월 진행했던 제2차 기금운용직 채용 당시 28명 채용에 61명이 지원해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지원자와 경쟁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 운용역 채용에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을 두고,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에 시달리던 운용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해당 인력들이 국민연금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운용사(468사)의 당기순이익은 547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4.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29.5% 증가한 수치다. 영업수익(1조3681억원)은 전 분기보다 6.9% 줄었지만, 영업비용(8683억원)이 같은 기간 23.7% 감소한 영향이 컸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운용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운용사들 사이의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중·소형사의 영업환경은 더욱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자산운용사 가운데 42.9%에 해당하는 201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일반 사모운용사(389사)로만 범위를 좁히면 적자회사의 비율은 48.3%까지 늘어난다. 전체 운용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업계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당국의 자료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별사의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라며 "가령 운용사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만 보더라도 2년 전과 대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전업사는 320사에서 406사로 늘었으니 체감은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운용역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008년 도입했던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을 15년 만에 폐지한 데 이어, 운용역의 성과급 평가 비중을 국내외 자산 모두 동일하게 각 8% 조정했다. 해외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린 조치다.

      이처럼 업계 평균 대비 열악하다고 평가받던 국민연금의 처우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점과 국내 운용사들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 추가적으로 최근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운용역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처우도 낮은데다 위치도 전주에 있어 운용역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처우가 꽤나 개선됐다는 인식이 많다"며 "현재 운용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업황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전주에 내려가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운용역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운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경쟁률이 높아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주니어 인력들의 경우 국민연금에 입사하더라도 수년 내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이번에 책임운용역 10명과 전임운용역 33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 대다수가 전임운용역에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임운용역은 3년 이상의 투자실무경력과 1개월 이상의 채용직무경력만 갖추면 되기에, 주로 주니어급 인력들로 분류된다.

      다른 운용사 운용역은 "국민연금은 구조상 주니어 인력들의 역할이 크지 않은데, 3년 이상 경력의 전임운용역에 지원이 몰리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어차피 대부분 '커리어 피난처'로 생각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