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끝물' 논란 일던 IPO시장…'블랙먼데이' 여파에 하반기 셧다운?
입력 2024.08.07 07:00
    공모주 침체 시그널 와중 블랙먼데이 겹쳐…거래소 제동
    '하반기 출격' 케이뱅크·LG CNS·더본코리아 사면초가
    피어그룹 주가 폭락에 밸류에이션 재산정 불가피
    하반기 IPO 얼어붙나…주가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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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발 악재로 국내 증시가 부진에 빠진 여파가 공모주 시장에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기업가치 산정시 참고해야 할 피어그룹(비교기업)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일찍이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던 기업들은 다시금 밸류에이션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한데다, 락업(의무보유) 기간 동안의 주가 반등 여력이 남아있다며 표정관리를 해왔던 재무적투자자(FI)들 또한 근심이 깊어지게 됐다. 올해 상장한 기업 35곳 중 27곳의 주가 수준이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데다, 주가와 공모가의 차이 또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하반기 상장이 예정돼 있던 발행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5일 증시에는 코스피·코스닥 지수 모두 8% 넘게 하락하며 ‘블랙먼데이’가 덮쳤다. 6일에 일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는 당장 하반기 IPO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중 케이뱅크, LG CNS, 더본코리아, LS이링크 등 대어(大漁) 발행사들이 줄줄이 상장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었다. 특히 케이뱅크는 내달 상장 예비심사 신청 결과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 추석 연휴를 전후해 상장 타임라인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유력한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5일에만 10% 가까이 폭락했다.6일 반등폭도 2.6%로 시장(3.3%)에 미치지 못했다. 그간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케이뱅크의 밸류에이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으나 이보다도 더 낮은 수준의 주가로 내려앉은 상태다. 

      LG CNS도 마찬가지다. 주관사로 선정된 증권사 관계자들이 모여 본격 상장 채비에 돌입할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유력한 피어그룹인 삼성SDS의 주가 또한 하락하며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5배에 불과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및 조사 진행으로 상장 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더본코리아도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풀무원과 대상의 주가가 급락했고,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 기다리고 있는 발행사들은 피어그룹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빠진 부분을 밸류에이션에 다시 반영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라며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서 밸류에이션 재산정을 요구할 경우 계획이 더 지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안그래도 '끝물' 논란 일던 IPO시장…'블랙먼데이' 여파에 하반기 셧다운?

      하반기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만 사면초가에 빠진 것은 아니다. 상반기 중 상장을 완료했지만 주가 수준이 크게 하락한 기업들의 FI들은 표정관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 에이치브이엠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프트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대어들도 하루 만에 10% 넘게 주가가 빠진 모습이다.

      5일 하루동안,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 또한 2곳이나 늘었다. 시프트업과 노브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시프트업의 경우 주가가 11.8%가량 빠지면서 주가가 공모가(6만원)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6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며 6만3000원대로 올라왔지만, 큰 차익을 기대하긴 어려워진 상황이다. 노브랜드 또한 6일 반등 후에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밑돌고 있다.

      5일 기준 올해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35곳 중 27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와 공모가간 차액 또한 큰 편이다. 차세대 보안 팹리스 기업인 아이씨티케이(ICTK)의 5일 주가는 5410원으로 공모가(2만원) 대비 67% 넘게 하락했다. 상장 당일 70%대 강세를 보였던 에이피알 또한 5일 기준 주가는 20만5000원 수준이다. 공모가(25만원)보다 낮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6개월 이상의 락업이 걸려있는 만큼 아직 주가 반등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는 있다"라면서도 "유망한 테마주로 판단해서 투자했던 만큼 상장 이후 주가하락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안그래도 '끝물' 논란 일던 IPO시장…'블랙먼데이' 여파에 하반기 셧다운?

      블랙먼데이 사태가 일기 전부터 증시 부진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았다. 거래량 자체도 저조했다. 코스닥지수의 경우 7월 한달간 4% 넘게 빠져왔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무는 등 거래 또한 활성화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지난 한달 간 발행사들의 상장 당일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우주발사체 기업인 이노스페이스가 불을 당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몇개월 만에 '상장 당일 공모가 상회' 공식이 깨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원인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한동안 공모주들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던 탓에 이노스페이스의 주가 부진에 충격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내는 수익 대비 공모가가 높은 편이었다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라며 "이같은 사례가 누적될 경우 공모주 분위기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테마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던 산일전기 또한 따상을 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산일전기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수혜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공모 절차가 진행되기 전부터 여러 기관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기업가치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일찌감치 산일전기에 3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던 미래에셋증권 또한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5일 기준 산일전기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증시에 입성한 보행재활로봇기업인 피앤에스미캐닉스 또한 상장한 지 며칠 만에 공모가(2만2000원) 아래로 주가가 하락했다. 폭락장이 닥쳐온 5일 기준 피앤에스미캐닉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2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선,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당일 차익실현을 위해 물량을 대거 처분한 것이 거론된다. 산일전기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량이 많았던 반면 상장 당일 기관들의 매수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력인프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는 등 시장 수요에 맞춰 펀드에 관련 종목들을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 수준이 그만큼 높게 형성되지 않는 데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이에 더해 12일 상장 예정인 코어 뱅킹 솔루션 전문기업 뱅크웨어글로벌 또한 기관 수요예측을 거친 뒤 희망공모가 밴드 기준 최하단가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으로 공모가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 동인기연 이후 9개월 만의 일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연초와 달리 공모주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프리IPO 투자에 관여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전력 인프라, 로봇 등 테마주에 해당하는 발행사들 또한 주가 부침을 겪고 있어 옥석가리기 마저도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하반기 IPO 시장은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라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 증시가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