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쉬핑 매각 다시 원점으로…투자자들은 EOD 만지작?
입력 2024.08.07 17:40
    SG PE 투자 무산으로 폴라리스 기존 투자자 회수 계획 차질
    경영권 재매각·선박 추가 매각·EOD 선언 등 여러 옵션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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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폴라리스쉬핑의 매각 절차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SG PE의 3000억원 투자 계획이 무산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고민이 불가피해졌다. 자금 상환 시점이 지연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EOD(기한이익상실) 선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PEF) SG PE는 폴라리스쉬핑의 모회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폴라E&M)에 대한 3000억원 투자 계획을 접기로 가닥 잡았다. 앞서 해당 투자 건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투자 협의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SG PE 측이 완전히 투자 추진 중단을 결정하면서 폴라에너지앤마린 측은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SG PE가 폴라E&M에 3000억원을 투자하면 폴라E&M은 폴라리스쉬핑의 선박 매각자금과 더해 기존 투자자인 칸서스자산운용, 이니어스PE-NH PE등에 4000억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SG PE의 투자가 무산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왔다.

      폴라E&M은 지난 2022년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금리 13%에 1600억원을 빌렸다. 지난 7월 폴라리스쉬핑 선박 매각대금으로 칸서스운용에 70% 정도의 투자금을 돌려줬지만 남은 자금을 상환하려면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상환 2순위인 NH PE-이니어스 PE 컨소시엄에는 원금과 이자 약 2700억원을 갚아야 한다. 2대 주주였던 NH PE 컨소시엄은 칸서스운용에 1순위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양보했다. 칸서스운용과 폴라 E&M의 채무관계가 해소돼야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매각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엑시트 방안을 고려하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앞서부터도 지지부진한 투자유치에 고민이 계속됐지만, SG PE 건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 바다. 결국 이번 투자유치도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SG PE를 대체할 다른 투자자를 찾아 경영권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폴라리스쉬핑 매각이 이미 두 차례나 무산된 데다 대표이사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G PE의 투자유치 추진 과정에서도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회사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올해 해운업 투자 한도(익스포저)에 도달했다는 점도 새로운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연말 한앤컴퍼니가 1조2500억원 규모의 에이치라인해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에 나서 올초 마무리된 바 있다. 

      회사 매각이 여의치 않다 보니 폴라리스쉬핑의 선박을 추가로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받는 방안도 선택지에서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폴라리스쉬핑은 현재 15척의 벌크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척 매각 시 약 400억원의 이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부를 매각할 경우 6000억원의 자금이 생기므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는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되면 다수의 선박을 매각하게 되는 폴라리스쉬핑의 사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를 추가로 매각하거나 EOD 선언 후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방식은 폴라리스쉬핑의 ‘해운업’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해운업 특성상 산업은행 측에서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므로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한 회사의 자산을 파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에서 개입할 여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EOD(기한이익상실)를 선언하고 지분 및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칸서스운용은 폴라리스쉬핑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EOD 선언 후 질권 행사가 가능하다. 사실상 지분 매각에 나서는 셈이다. 또한 값어치가 있는 자산을 매각해 강제로 자산을 회수할 수도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사 측도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장담하기 어렵고, 투자자들로서는 투자금 회수 시기가 불확실하니 EOD 선언을 통한 자금 회수도 고려하는 분위기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