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팔 것 없나"…현금 확보 분주한 'K-배터리' LG엔솔·SK온
입력 2024.08.09 07:00
    LG엔솔·SK온, 설비투자 부담에 자금 조달 '안간힘'
    외부 자금으로 공장 짓고, 지분 유동화 논의 진행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배터리 공급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SK온이 추가 현금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업계를 덮친 가운데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부담이 계속되면서다. 두 기업은 자산 유동화와 외부 자금 유치 등 다양한 조달 옵션을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올초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위해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했다. 국내에선 LG엔솔이 20년간 낼 임대료를 담보로 2000억원 규모의 리스채권이 글로벌IB를 통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다. 5%대의 낮은 수익률과 20년이라는 긴 투자 기간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는 비교적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공장의 일부는 지난 6월 건설이 보류됐다. 전기차 캐즘 현상에 따라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결국 착공 두 달만에 3조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용(ESS) 배터리 공장 건설이 잠정 중단됐다. 

      SK온은 자금사정이 더 여의치 않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설비투자에 연간 수조원을 쓰고 있다. SK온은 올 2분기에도 4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1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연간 설비투자 규모인 7조5000억원을 충당하기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SK온은 사모 영구채 발행, 자산 유동화 등의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6월엔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고, 최근엔 국내 대형증권사와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논의 중이다. 방식으로는 SK온 주식을 활용한 PRS 계약이 유력하다. 해당 거래까지 합하면 SK온은 올해 증권업계로부터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받는 셈이다. 

      SK그룹 익스포저가 한도에 찬 국내 금융기관들은 SK온 자금 조달에 참여하기 꺼리는 분위기다. SK온 회사채나 유동화 증권과 관련해 매입 요청이 오면 손사래를 젓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한 국내 LP(기관투자자)는 유선상으로 SK온 관련 투자 요청을 받자마자 즉시 거절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배터리 공급 업체들의 재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LG엔솔·SK온 등 배터리 기업들이 캐즘 보릿고개에 대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SK온의 모회사)의 BBB- 신용등급을 BB+로 하향 조정했고 지난 5월에는 LG엔솔의 신용등급 전망(BBB+)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엔솔·SK온 등 한때 조단위 투자계획을 밝혔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설비투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부담이 계속되다보니 양사가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현금 방법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