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이 만든 과점주주 체제, 임종룡 '회장'이 부순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퇴보 우려
입력 2024.08.12 07:00
    IMM PE, 우리금융 블록딜로 과점주주 이탈
    사외이사진, 과점주주 추천 4곳…영향력↓
    민영화 추진 당시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회장
    약속했던 선진 지배구조 도입은 사라지고
    예보지분만 매각한 '반쪽짜리' 민영화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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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할 것이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의 경영 지원체제를 확고히 하겠다." (2016년 11월 우리금융 민영화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위원장 시절 만든 '과점주주 체제'가 임 회장 취임 후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한 과점주주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고 있어서다. 과점주주 이탈시 새로운 과점주주를 찾기보단 공석으로 방치하며 임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IMM PE까지 지분을 처분하며, 남은 과점주주들도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진화된 이사회를 외치며 출범한 과점주주 체제가 '끝물'에 들어서며,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IMM PE가 우리금융 지분 2640억원(지분 2.3%)를 블록딜했다. 이로써 IMM PE의 우리금융 보유지분은 3.7%에서 1.4%로 줄었다. 2016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금융 지분 6%를 4500억원에 인수해 과점주주가 된 IMM PE는 과점주주 자리를 반납하게 됐다. 

      지분율이 1%대로 떨어진 IMM PE는 과점주주에게 주어지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추천권은 지분율 3% 이상 주주들에게만 주는 것으로 정리가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IMM PE가 추천한 지성배 사외이사 거취가 관심사가 됐다. 지난 2021년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동양생명 측에서 추천한 전지평 사외이사가 한달만에 사임한 바 있었다. 이런 전례 때문에 지성배 사외이사도 사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내년 초 임기 만료까지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율이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IMM PE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지성배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라고 말했다. 

      IMM PE마저 과점주주에서 나오면서 사실상 우리금융 과점체제가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과점주주체제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함께 2016년 5대 과점주주(IMM PE,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로 시작했다. 이후 동양생명, 한화생명이 지분 매각으로 과점주주 자리를 내놓았고,  푸본그룹과 유진PE가 새롭게 과점주주로 들어왔다. 5곳의 과점주주 체제가 장시간 이어졌지만 IMM PE가 과점주주 자리를 내놓으면서 과점주주는 4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을 우리금융이 모두 인수하면서 사실상 완전 민영화가 달성됐다. 즉 더 이상 새롭게 과점주주를 초청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과점주주 이탈시 새로운 주주 초빙 의무나 이사회 추천권 등 관련 규정은 아직 정비된 것이 없다. 앞으로 과점주주 및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이사회 입김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을 비롯해 과점주주가 추천한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추천), 윤인섭(푸본생명 추천), 윤수영(키움증권 추천), 신요환(유진PE 추천), 지성배(IMM PE 추천)와 회사가 선임한 박선영 동국대 교수, 이은주 서울대 교수로 구성되어 있다. 

      지성배 사외이사가 빠지는 게 기정사실화 되면서 사외이사진은 과점주주가 추천한 4곳과 회사가 추천한 3곳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을 회사측으로 평가하면 회사측과 과점주주 추천이 반반인 이사회가 구성되게 된다.

      사외이사진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던 IMM PE측 사외이사가 빠졌다는 점에서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일례로 과거 손태승 전임 회장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사퇴하느냐를 두고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사회 내에서 회장 거취를 두고 '찬반'이 갈리는 등 이사회가 그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사회 구조만 놓고 보면 이사회가 이런 의사결정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과점주주 구성을 보면 금융회사들이란 점에서 회사의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방패막이 되어줄지도 미지수다"라며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에서 회장 거수기 역할로 이사회가 퇴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IMM PE의 빈자리를 메울 과점주주를 새롭게 찾지 않은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식으로 과점주주가 시장에 지분을 팔게 되면 결국 과점주주 체제는 사라지는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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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 정신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016년 과점주주 체제 우리금융 민영화가 진행될 당시 두가지 주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매각과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과점주주체제 도입이이었다. 

      당시 포스코 등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에 과점주주 체체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했고, 우리금융이 미국 선진기업 지배구조를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과점주주 체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우리금융 민영화와 과점주주 체제 도입에 앞장 선 인물이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임종룡 우리금융 현 회장이다. 임 회장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신분으로 2016년 12월 과점주주 5개사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송인준 IMM PE 대표가 참석했다. 임 회장은 과점주주들에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이사회를 약속했다. 심지어 우리은행 지분을 21.4%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예보)도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제외시키며, "예보는 우리은행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시 임 회장은 "앞으로 과점주주가 우리은행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지배구조의 새로운 롤 모델을 구축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통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임 회장이 우리금융을 경영하면서 나타난 결과는 당시의 과점주주 체제 도입 취지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회사측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ESG를 강조하며 교수 출신 여성 사외이사를 앉혔다.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은 하나 같이 금융회사 경영을 해본 경험있는 인물들인 것과 대비되는 이력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에선 이사회 인원 수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의 사례를 들어 두 자릿 수로 이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금융이 이를 명분으로 이사회 구성원을 늘릴 경우 회사측이 선임한 사외이사 수가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보다 많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사외이사를 지낸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과점주주 체제가 미국식 지배구조 모델로 도입이 됐지만, 임 회장 시대에 접어들어서 다시금 옛날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우리금융 민영화의 한 축이 지배구조 선진화인데 이는 달성하지 못해 결국 예보 지분매각만 달성한 반쪽짜리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