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인수 악셀그룹 경영난에 국내 인수금융 대주단 '비상'...EOD 가능성도?
입력 2024.08.12 07:00
    8일 대주단 대책회의 소집...대응방안 논의
    신한투자證 2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주관해
    지난해 국내 기관투자자에 전량 셀다운 완료
    "당장 EOD 조건은 아냐" 재무 개선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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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인수한 유럽 최대 자전거 제조사 악셀그룹(Accell Group)의 경영상황이 악화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이 2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대표 주관에 나서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투자자로 참여한 가운데 주관사와 대주단은 긴급 대책 논의에 나섰다. 

      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KKR의 악셀그룹 인수 건과 관련한 인수금융 셀다운 물량을 받은 국내 기관투자자 대주단은 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대주단에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DB손해보험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인수금융을 대표 주관한 신한투자증권 측은 최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을 추진 중이다. 

      2022년 7월 KKR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유럽 투자회사 Teslin 참여)은 악셀그룹의 주식 96.9%를 인수했다. 이후 8월 KKR 측은 지분 100%를 확보해 악셀그룹을 상장폐지시켰다. 

      당시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주축이 된 신한 GIB는 총 거래 규모가 20억유로(약 2조7500억원)에 달하는 KKR의 악셀그룹 인수 거래의 인수금융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 ING뱅크 등 글로벌 IB들도 대표 주선사로 함께 나섰는데, 신한 GIB 측이 선순위로 한화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주선했다. 

      KKR의 악셀그룹 인수 인수금융 주관 당시 신한투자증권의 해외 인수금융 주관 역량과 더불어 GIB 매트릭스 체제의 성과라는 평가도 있던 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해당 건과 관련해 2000억원대 선순위 인수금융 셀다운 물량 전량을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완료했다. 

      악셀그룹은 1904년 설립된 유럽 최대 자전거 기업으로 유럽 최초로 전기자전거를 출시했다. KKR의 인수도 코로나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투자였다. 실제 당시 악셀그룹의 매출은 ESG 트렌드에 따른 전기자전거 수요의 영향을 받았었다. 

      그러나 KKR의 악셀그룹 인수 2년 만에 악셀그룹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코로나 이후 자전거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악셀그룹의 매출액은 2022년 14억3000만유로(2조 1500억원, 1유로=1500원 기준)에서 지난해 13억유로(1조9600억원)로 10% 감소했다. 악셀그룹의 CEO인 치어드 제겐(Tjeerd Jegen)은 인터뷰를 통해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억4천만유로(2100억원)에서 1200만유로(180억원)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악셀그룹은 특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 12월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악셀그룹의 장기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시장의 재고 과잉과 소비자 수요 감소로 2024년 EBITDA 마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 피치에 따르면 악셀그룹은 재고 감소 및 자산 효율화에 집중하는 등 재무지표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행 위험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신용도를 회복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피치는 악셀그룹이 2025년부터 실적 등 점진적 회복이 예상되지만 현재는 지속 불가능한(unsustainable) 구조라고 판단했다. 피치는 악셀 그룹이 단기간 내에 운영 전환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주주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기적으로 부채 재조정의 가능성을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악셀그룹의 작년 9월 기준 현금보유액이 2100만유로(약 310억원)에 그친다며 악셀그룹의 유동성이 '부족하다(weak)'고 평가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악셀그룹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대주단도 관련 내용들을 보고받았지만, KKR 측에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다소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라며 “해당 인수금융 건을 주관한 신한 측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치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연초부터 해외 대주단들은 대응 방안 고심에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악셀그룹 해외 인수금융 대주단은 법무법인 밀뱅크(Milbank LLP )와 글로벌IB인 훌리한 로키(Houlihan Lokey Inc)에 자문을 구했다고 알려졌다. 

      대주단 사이에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아직 커버넌트(재무약정) 조건을 터치하거나 EOD(기한이익상실)가 거론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실적 회복 추세가 보이지 않으면 추후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악셀그룹의 대출채권 거래 가격이 70% 이상 하락했는데, 통상 회사의 대출채권 가격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회수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악의 경우’ 인수금융 디폴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거래의 경우) 회사의 순부채 대비 EBITDA 비율 등과 관련해 조기상환이나 부분상환이 가능한 커버넌트 조건이 있다”며 “통상 수치를 충분히 폭넓게 가져가지만 회사의 성과가 급격하게 악화한 경우, EOD 선언 가능한 조건까지 수치가 맞닿는 상황이 빠르게 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