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늘었는데 충당금은 덜 쌓은 캐피탈...내년 '적자 폭탄' 우려
입력 2024.08.13 07:00
    PF 평가 기준 강화에도…실적 선방 캐피탈사
    NPL 비율은 늘었는데…충당금 적립률은 하락
    이미 충당금 보수적 적립…회계 '착시' 평가도
    PF 구조조정 끝나면 대규모 부실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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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2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캐피탈사의 '깜짝' 실적이 주목받고 있다. 2분기부터 금융당국의 강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가 적용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지만, 캐피탈사가 '의외'로 양호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이는 캐피탈사가 부실자산이 늘었지만, 그 규모만큼 충당금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란 평가다. 다만 캐피탈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왔기 때문에 2분기에 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 캐피탈사의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8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2분기 순이익만 470억원으로, 1분기보다 42.4% 늘었다. 하나캐피탈 역시 상반기 11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2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충당금 등 대손비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캐피탈사의 양호한 실적을 두고 의외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분기부터는 당국의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 방안'이 적용돼 충당금도 크게 늘고 실적도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탓이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안에 따르면 기존 3단계였던 평가등급을 4단계로 세분화했고, 부실 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 역시 30%에서 75%까지 확대했다.

      실제로 2분기 캐피탈사의 부실자산은 1분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대출을 취급하는 25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0%로, 직전 분기(2.4%) 대비 6bp(1bp=0.0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당국의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 사업장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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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데 비해 충당금 적립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80%로, 105.8%를 기록했던 3월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대손준비금을 포함해 계산해도 106.3%로, 역시 132.1%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실자산은 늘었는데, 그만큼 충당금은 덜 쌓은 셈이다.

      이와 관련, 캐피탈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지도 강화로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았기 때문에 추가 적립 폭이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은 이미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이번 분기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대손 비용이 캐피탈사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캐피탈사의 호실적으로 두고 회계기준 차이에 따른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금융당국 감독회계 기준을 따르는 반면, 캐피탈사는 국제회계(IFRS) 기준을 따른다. 금융당국 감독회계 기준에 따른 충당금 적립 기준은 향후 발생할 부실 가능성도 감안해 충당금을 쌓는 반면, IFRS 기준에서는 과거 경험손실을 바탕으로 충당금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캐피탈사의 충당금이 저축은행만큼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기평 역시 IFRS 기준 적용시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담보가치를 반영한 개별평가를 실시함에 따라 고정이하여신 증가 대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회계기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캐피탈사의 안일한 충당금 적립이 향후 대규모 부실 현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PF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경·공매를 압박하고 있는데, 유찰될 경우 1개월마다 10% 이상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점에서 담보를 제 가격에 매각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담보를 헐값에 매각할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금융기관의 몫이 된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캐피탈사가 대손준비금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손실이 실현됐을 때 그 비용을 인식하게 되면 직접적인 손익에 영향을 주는 만큼 충당금만큼의 효과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부실자산이 경·공매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할 경우, 당국 정책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 이후 캐피탈사가 대규모 적자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