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온플법·관세까지…쿠팡, 올해 국감 '단골손님' 예약
입력 2024.08.19 07:00
    野 주도 '쿠팡 국감' 예고에…정부여당도 가세 조짐
    노동부터 정산주기 등 쿠팡 둘러싼 상임위 '집결'
    쿠팡맨 노동환경 개선안에 온플법 도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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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치권은 올해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으로 일찌감치 쿠팡을 낙점했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불거진 이커머스 정산 시점 논란과 함께, '쿠팡맨'의 노동환경이 쟁점화되면서 야당 주요 상임위들이 쿠팡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1600억원 수준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기점으로 정부여당도 쿠팡 압박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국감은 다양한 상임위를 중심으로 '쿠팡 국감'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박주민·민병덕·김남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10여곳은 '쿠팡 불법 근절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쿠팡의 노동 문제, 입점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독과점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들이 모여 쿠팡에 대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서는 쿠팡 소관 상임위원회가 아닌 기획재정위원회마저 쿠팡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기재위 의원들 사이에선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세 혜택(15만원 이하)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해외 법인을 통해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한 뒤, 이를 개별 소비자 주문으로 분할해 '직구' 형태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쿠팡 등이 실질적으로 관세를 일부 면제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특정 기업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그만큼 쿠팡의 방향이나 태도가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쿠팡의 잘못된 태도나 방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위 소속 민병덕 의원도 "국토위와 산자위, 정무위 등에서 '쿠팡 국감'이 되지 않을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쿠팡이 유니콘 기업으로서 사회적 이익을 줘야 하는데, 해악을 주고 있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쿠팡이 가장 우려하는 쟁점은 두 가지로 전해진다. 하나는 '쿠팡맨'으로 대표되는 노동 문제, 다른 하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도입이다.

      노동 문제의 경우, 민주당 내부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이슈가 정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 당선된 노동계 출신 의원 15명이 이슈 선점 경쟁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쿠팡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쿠팡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양대 노총은 이를 쟁점화하면 향후 10년, 20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누가 먼저 쿠팡 이슈를 선점하느냐를 두고 같은 당 안에서도 물밑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온플법 도입도 티메프 사태로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무위 의원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우대(PB) 및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고, 판매 대금을 4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산 주기를 15일 미만으로 단축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쿠팡의 현행 정산 주기는 매주 마지막 날에서 7영업일(주 정산), 매월 마지막 날에서 15영업일(월 정산) 이후다. 소비자 결제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20일에서 60일까지 정산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마켓과 11번가가 통상 소비자 결제일로부터 7일 내 정산을 완료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쿠팡도 힘들어질 수 있다"며 "셀러(판매자)들이 정산을 받고 나면 환불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쿠팡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현 정산 정책이 자금 운용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산 주기 문제는 앞으로의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의가 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제재 결정으로 인해 여당에서도 쿠팡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쿠팡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시와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국정감사 출석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입장을 직접 듣고자 하는 정치권의 요구가 거센 까닭이다. 이에 쿠팡의 대관 담당자들은 수차례 비상회의를 하는 등 분주한 모양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까지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소명을 요구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쿠팡 임원들도 하루에 회의를 두 번씩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로지스틱스는 배송업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격주 주 5일 배송제' 및 의무 휴무제를 도입하고, 택배물품 분류 전담 인력의 직고용 비율도 연내 100%까지 높여 완전 직고용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쿠팡은 14일부터 CJ제일제당의 인기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제공하기로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