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정해진 결말'…합병 재추진할까
입력 2024.08.19 07:00
    주주에 책임 전가한 합병 설문조사
    셀트리온 "적절 시기에 합병 재검토"
    적정 합병 비율 앞서 재추진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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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재추진 검토 입장에도 시장의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양사의 합병 비율 조정 등 선결 과제는 차치하고, 재추진 의사가 확실한지 의문이 나온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불발은 합병 찬반 설문조사를 할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그룹이 보인 주주친화적인 모습이 오히려 중요한 결정의 책임을 주주에 전가하는 모습으로도 비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합병에 따른 기대효과와 위험요소에 회사 자체도 확신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합병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책임질 문제다. 주주들이 주총에서 이사회를 선임하는 것은 전문성을 가진 이사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대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추후 '적절한 시기'에 합병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추후 양사의 주주가치 제고가 수반되고, 양사 주주 대부분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시점에 통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며 "현재는 양사는 본업에 집중해 그룹의 시너지 창출과 기업가치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려면 적절한 합병 비율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의 주가를 올리거나 셀트리온제약 주가에 맞게끔 가치를 올려야 한다. 국회에서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될 만큼 기업의 적정 합병 비율을 두고 주주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현행법상 기업들은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셀트리온에 비해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셀트리온 주주는 합병 여부와 관련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비율을 보였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 중 ▲58%는 양사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셀트리온 주가는 합병 여부 결과가 나오기 전인 14일 기준으로 19만4600원, 셀트리온제약은 7만7100원으로 2.5배 차이다. 시가총액은 셀트리온이 약 13배 높으며, 작년 영업이익도 셀트리온이 17배 높다. 1분기 기준 PBR은 셀트리온제약은 11.62배로 셀트리온 2.34배 대비 고평가돼있다. 그러나 회사가 제시한 잠정 합병 비율은 셀트리온제약 1주당 셀트리온 0.4901513주로 그 차이가 작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평가된 셀트리온제약의 주가와 실적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쉽지 않을 거라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적정 평가를 받는 셀트리온 주가를 부양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셀트리온도 그동안 서정진 회장의 여러 공약에도 불구 주가가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가 부양이 쉽지는 않을 거란 분석이다.

      추후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셀트리온홀딩스, 서정진 회장 등이 셀트리온 지분을 확대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진 회장은 작년 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 지분 3.75%를 취득했다. 올 상반기 기준 지분율은 3.81%다.

      일각에선 셀트리온이 합병할 필요가 있는지, 합병 재추진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설문조사에서 주주의 반발이 클 거라는 건 셀트리온그룹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란 이유 때문이다. 서정진 회장이 공언했던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자연스레 중단할 명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서정진 회장이 제시했던 미래 비전 다수가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셀트리온의 기업 활동을 두고 시장의 추측이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