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에 지장 주지 않겠다더니…커버드콜 명칭 손보는 '표리부동' 금감원
입력 2024.08.21 07:00
    커버드콜 ETF 상품서 '00%', '프리미엄' 빠져
    투자자 오해 살 수 있어…다음달 초 바뀔 듯
    금감원장 "성장 중인 ETF 시장 지장 주면 안돼"
    운용업계 "지장 않겠다더니 커버드콜 제재…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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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명칭에서 '연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아 상장한 상품을 당국이 다시금 손본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최근 계열사 'ETF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당국의 조사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평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며 이번 조사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커버드콜 ETF는 제재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당국의 태도가 모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에 커버드콜 ETF 상품 명칭 변경을 예고했다. 이르면 이달 말 한국거래소에서 새로운 명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기상장된 상품을 포함한 커버드콜 ETF의 명칭이 변경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명칭에서 '연분배율'과 '프리미엄'이 제외된다. 연분배율의 경우 목표치임에도 투자자들이 확정 분배율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도 실제로는 옵션 프리미엄이지만 타 상품 대비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급'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커버드콜 전략을 취하는 ETF의 성과는 기초지수(주식) 및 옵션전략(프리미엄)과 연계된다. 기초지수의 상승분 및 배당, 콜옵션 매도에 따른 프리미엄 수익 등이 성과에 반영되는 구조다. 가령, '+10%프리미엄' ETF는 콜옵션을 활용해 연 10%의 분배금을 목표로 운용한다는 뜻이다.

      운용업계에서는 명칭이 변경되면 외려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이라는 상품 자체가 콜옵션을 매도해 분배율을 맞추는 게 핵심이고, 그에 맞게끔 종목 구성을 짜는 게 운용사의 역량"이라며 "이러한 핵심이 명칭에서 빠지게 되면 오히려 직관성이 떨어지게 되고,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콜옵션 매도를 통한 옵션 프리미엄 수취로 손실을 일부 방어할 수 있지만, 하락폭이 커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이에 지난 4월, '제2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커버드콜 ETF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당국의 조사 결과,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만기가 있어 폐쇄적인 특성이 강한 ELS와 달리 환매가 자유로운 ETF 상품의 특성상 ELS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단 설명이다.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7800억원에서 올해 약 4조원까지 4배 이상 늘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투자자들이 (운용사보다) 더 똑똑해서 좋은 상품이 있으면 먼저 찾는다"며 "그렇게 성장한 게 커버드콜 ETF고, 당국도 상품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는데 이제 와서 명칭을 변경하면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가 이제는 '끝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계열사 'ETF 몰아주기' 조사 과정에서 당국이 보였던 태도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감원은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ETF 순자산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자산운용사 영업 관행과 관련해) 현장 점검은 해야겠지만 검사까지 이뤄질지는 모르겠다"며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게 금감원의 기본 입장이며 질서 관리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당국의 조사가 실제 현장검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조사 대상이 기존 자산운용사에서 전 금융업권으로 확대된 것도 실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실태를 파악하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ETF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커버드콜의 명칭을 손보겠다면서 시장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도 이미 상장 승인을 했는데, 당국이 이제와서 제재를 하는 것이 썩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