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잃은 증시, '美 고용지표' 기다리며 갈팡질팡...'밸류업'이 피난처?
입력 2024.08.22 07:00
    2주간 고점 대비 하락폭 60% 회복한 증시, 추가 상승은 제한적
    방향성 없는 가운데 각개전투...9월 美 고용지표 경계감 여전
    "주도업종 없고 추가 반등 제한적...낙폭 과대주 트레이딩 대응"
    • 반등은 나왔지만 뒷심은 부족했다. 코스피지수는 8월 초 하락분의 절반 정도를 되돌린 채, 대외 지표만 바라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 쇼크가 하락의 방아쇠였던만큼, 9월 초 발표될 새 고용지표에 대한 긴장감이 점층되는 분위기다. 향후 미국 통화정책의 가늠자가 될 '잭슨홀 미팅'과 28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발표 역시 변곡점으로 꼽힌다. 

      '주도주' 부재 속 빠른 순환매가 진행되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2700선에서 한동안 머무를 전망이다. 마땅한 방향성이 없는 가운데 종목별 '각개전투'가 펼쳐지고 있다. 외국인ㆍ기관 등 '큰 자금'들은 일단 기대 이상의 주주환원책을 제시한 금융주 등 '밸류업' 주식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바이오ㆍ인공지능(AI) 등 '테마' 주식에서 각자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5일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코스피는 후 16일까지 2주간 13% 가량 반등했다. 7월 최고점 대비 낙폭의 60% 가량을 비교적 단기간에 되돌렸다. 그러나 2700선을 다시 돌파하기엔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상당폭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800선을 앞두고 숨고르기가 한창이다.

      잇따른 '대외 이벤트'가 촘촘한 간격으로 대기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풀 수 없는 상황이란 진단이다. 당장 매크로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하계 컨퍼런스인 '잭슨홀 미팅'의 기조연설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23일 진행된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어떤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지가 최대 이슈다.

    •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에서 9월 기준 금리 50bp(0.5%포인트) 인하의 가능성을 언급할지 여부"라며 "7월 경기선행지수가 부정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아직까진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증시에 유리한 이벤트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달 초엔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이달 초 증시 폭락이 7월 고용지표의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였던만큼,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이전보다 긴장감의 폭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외신을 통해 이번 고용지표부터는 보정치가 줄어들며 이전대비 보수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기준금리 인상 선호)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가 "실업률이 올해 초 3.7%에서 7월에 4.3%로 상승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경기 둔화의 위험을 시사한다"며 "노동 시장이 빠르게 악화되는 것을 본다면 더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 역시 증시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이후 주가 하락분을 거의 대부분 만회하며 다시 사상 최고가에 성큼 다가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역시 주목받고 있다. 분기별 주당수익(EPS)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며 한 자릿 수로 내려온데다, 차기 모델 생산 차질 우려 이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이전 같은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란 예상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당장 꺾이진 않겠지만, 지난해 보여주던 압도적인 성장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란 게 컨센서스인 것 같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겪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우려에 우려가 쌓이고는 있지만, 증시를 완전히 떠나있는 건 더 위험한 일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S&P500 지수가 올 4분기 6000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3000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전망을 꺾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그래서 뭘 사야 하느냐'로 모아진다. 이차전지-AI반도체로 이어져 온 큰 주도주의 흐름은 끊어진 상황이다. 8월 급락 이후 반등장에서의 움직임 역시 파편화된 모양새였다. 

      외국인 및 기관들의 자금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와 더불어 기대 주주환원율이 높은 금융주, 이른바 '밸류업' 주식을 주로 담았다. 지난 2주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ㆍ삼성전자ㆍ현대차 세 종목만 1조5000억원 어치를 쓸어담았고, 국내 기관들은 저평가 바이오주와 메리츠금융지주 등 금융주를 주로 순매수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메리츠금융은 지난 16일 이후 사상 최고가를 계속 경신하고 있고, KB금융ㆍ신한금융 등 대형 은행주도 7월말 고점에 다시 빠르게 다가서며 지수 대비 더 나은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같은 금융주, 보험주라고 해도 주주환원 정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내놨는지에 따라 주가는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단기 테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며 음압병실 관련주와 치료제 관련주, 진단키트 관련주가 급등세를 연출했다. 인천 송도 전기차 화재 이후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되자, 전고체 배터리 관련주 역시 일제히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최근 2주간 평균 10% 이상 급등했던 코스닥 중소형 바이오주는 급락했다.

      최소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인하 폭이 가시화하는 9월 중순까진 이런 장세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주의 경우 소비 경기의 하향세에도 불구, 'AI 투자'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믿음이 아직 시장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8만원선을, SK하이닉스는 20만원선을 뚫지 못하고 상승세가 꺾이며,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7월 이후 시장을 선도해 온 조선ㆍ방산주와 바이오시밀러ㆍ건설주는 밸류에이션이 비싸지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지적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변경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봤던 이차전지와 태양광주는 지지율 등 11월 대선까지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경제지표가 크게 무너지거나 증시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빠른 시간 내 시장이 원하는 전격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맞겠다"며 "시장에서는 주도업종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고, 지수의 추가 반등도 제한된 가운데, 낙폭 과대 종목의 트레이딩 정도로 시장 등락에 대응하는 전략이 맞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