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들 부동산PF 줄이는데…후순위만 4배 늘린 군인공제회
입력 2024.08.26 07:00
    군인공제회, 올해 부동산 PF 대출 1조 넘겨
    후순위 PF 대출은 4배 급증…대부분 연기금은 '0원'
    고위험 투자 전략, 높은 회원지급률 유지 목적
    2010년대 이어 부동산 시장 '큰손' 부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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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군인공제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부동산PF 투자를 줄이는 추세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높은 회원 지급률 보장을 위한 고수익 추구 전략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증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의 부동산PF 투자 규모는 지난 2019년 7392억원에서 2024년 6월 기준 1조1972억원으로 약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고조됐던 시기인 2023년과 2024년 사이, 투자 규모가 9277억원에서 1조1972억원으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군인공제회는 선순위뿐 아니라 중ㆍ후순위 PF 대출도 늘렸다. 선순위 대출은 2019년 6392억원에서 2024년 7682억원으로 20% 증가했고, 후순위는 1000억원에서 4290억원으로 확대하며 4배 이상 급증했다. 브릿지론 투자와 부동산PF 연체 및 채무보증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들의 부동산PF 투자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부동산PF 논란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PF대출을 전년 대비 60% 이상 줄였다. 후순위의 경우 2023년부터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행정공제회와 재정공제회 등 다른 주요 기관들도 올해부터 부동산PF 투자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공단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 교정공제회 등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PF 직접 대출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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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부분의 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반면, 군인공제회는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ㆍ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방식으로는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초까지 PF 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 ‘큰손’이었던 군인공제회는 2010년대 중반부터 위험 관리에 집중해왔다. 당시 투자했던 부동산PF 사업 대부분이 공사 중단 위기를 맞으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및 국방위원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영향이다. 

      2020년 초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얽혀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약 4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정감사 기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랬던 군인공제회가 다시 부동산 시장 큰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최근 대체투자 부실 논란으로 이탈한 MG새마을금고의 공백을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확대 배경에는 높은 회원 지급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제회는 2022년 말 금리경쟁 속에서 일부 회원의 해약으로 회원수가 소폭 감소하자, 지급률을 인상하면서 회원수를 유지하는 전략을 세웠다. 

      향후에도 예금 기관 대비 1.0~2.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회원 기반을 관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지급률 상향 조정으로 지난해 회원복지사업비가 전년 대비 60%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고위험 투자상품이지만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부동산PF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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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서는 부동산PF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 증가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해 PF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수익이 주로 부동산 시행사업 손익, 부동산PF 투자를 통한 사업개발손익 등으로 구성됐다"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군인공제회의 투자자산 중 부동산과 대체투자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6.6%에 달한다. 이는 다른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약 15%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PF 금리가 오피스 시장을 중심으로 조달금리가 4%대 초중반까지 떨어지면서 기관들의 투심도 회복되는 상황"이라며 "군인공제회의 공격적 PF 대출 확대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인공제회 측은 "부동산PF 대출 투자잔액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비중은 9.5%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브릿지론엔 투자하지 않았고, 본PF 선순위 대출 위주로 투자해 현재까진 연체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