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 매각 성공한 태영그룹, 이제는 태영건설의 자력 조달 여부가 문제
입력 2024.08.28 07:00
    초반부터 잡음 많았던 태영그룹 워크아웃
    에코비트 2조원 이상에 팔며 큰 허들 넘어
    태영건설도 점차 자금·수주 상황 개선세로
    궁극적으로는 자체 자금 조달력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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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경영정상화의 핵심인 에코비트 매각에 성공했다. 난이도가 높은 거래였지만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태영건설의 채권단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 조기 종결도 고민할 만한 상황이 됐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작년부터 건설 경기 침체, 고금리 환경 속 위기론에 휩싸였고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빠지며 태영그룹의 꼬리 자르기 우려도 있었는데 이후 그룹과 채권단의 협조 속에 태영건설 정상화 작업은 속도를 냈다. 지난 4월 채권단이 채권 상환유예 및 출자전환 등을 의결했고, 다음달 기업개선계획 이행 약정(MOU)이 체결됐다.

      태영건설 정상화에선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매각 여부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핵심은 조단위 몸값이 기대되는 에코비트 매각이었다.

      에코비트 매각 초기엔 진짜로 파느냐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50% 주주 KKR이 나머지 태영그룹 측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어서다. KKR 입장에선 비싸게 팔기 어렵다면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후 KKR이 태영그룹에 협조한다는 점이 확실해지며 원매자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에코비트의 몸값에 관심이 맞춰졌다. 그룹은 지주사 TY홀딩스와 태영건설간 연대보증,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 채권단 지원금 상환 등을 감안해 3조원은 받아야 한다고 봤다. 반면 원매자들은 매립 사업의 잔존 가치나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희망가의 절반 수준도 쉽지 않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달 초 에코비트 매각 본입찰에는 IMM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 거캐피탈 등이 참여했는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원매자 모두 너무 무리한 금액은 쓰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제시받은 가격으로 채권단과 이해관계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작업이 수주간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태영그룹과 KKR은 에코비트를 IMM컨소시엄에 2조7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가 최소한 2조원은 넘어야 이해당사자를 설득할 명분이 생길 것이란 예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한 셈이다.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매각으로 쥐게 될 자금은 유동적이다. 태영그룹 측 몫은 1조350억원인데 에코비트 지분 담보로 KKR에서 조달한 4000억원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 TY홀딩스와 KKR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맺은 합의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느냐도 변수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실제 투입 가능한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지주사의 태영건설 지원 여력이 늘어났고, 쉽지 않은 거래를 성사시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운 것은 맞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마이너스통장 형식으로 3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아직 300억원 정도만 써서 여유가 있다.

      한 태영건설 채권단 관계자는 "TY홀딩스가 에코비트를 팔아 태영건설에 얼마를 지원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TY홀딩스나 태영건설이나 한 몸인데 이번 매각으로 TY홀딩스가 KKR에서 빌린 자금을 갚으면 태영건설의 생존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비트 매각이 완료되면 태영건설에 당장 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여러 PF 사업장이 정상화하고 뜸했던 수주 소식도 다시 들리는 등 상황은 워크아웃 초기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

      궁극적으로는 태영건설이 다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 워크아웃 중인 현재 신용등급으로는 사채를 발행하거나 채권단 밖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워크아웃이 끝나야 회사의 활동 폭이 넓어지지만, 그 전에 자생력이 생겼다 판단돼야 채권단도 워크아웃 종결을 추진할 수 있다.

      태영건설은 현재 유가증권시장 거래가 중지돼 있고, 1분기와 상반기 감사의견거절을 받은 상황이다. 회사와 채권단은 하반기 중 재감사 및 거래소 심사 등을 통해 의견거절 상태에서 벗어나고 주식 거래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코비트 매각 대금이 태영건설로 들어온다고 극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상황의 악화를 막거나 살짝 개선되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태영건설이 자본시장에서 자력으로 돈을 끌어오기는 힘들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