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 강행하는 우리금융, 결국 임종룡 회장 연임용?
입력 2024.08.28 11:36
    금감원, 기관경고 제재시 인수 무산
    검찰도 강제수사 시작
    임 회장 연임용이란 지적 속
    생보사 인수 시너지도 회의적인 시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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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정했다. 실사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불법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인수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강행하기로 했다.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한국과 중국의 금융당국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검찰까지 나선 상황이라서 인수 마무리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무리한 인수 추진에 임종룡 우리금융회장 임기 연장을 위한 ‘치적 쌓기용’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승인했다. 거래가격은 100% 지분 가치 기준으로 1조95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두 회사를 2조원 이하에 인수하는 목표로 거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거래가격은 우리금융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에서 연내 매각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다자그룹에서 팔려는 의지가 강해서 협상 자체만 놓고보면 우리금융에 유리한 방향으로 거래가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거래 완결여부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사건으로 인해서 금융당국 대주주적격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해당 건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경우 인수는 무산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주식취득 일자를 감독당국의 인허가 승인 이후로 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은 한 방송에 나와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다.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대응을 해야한다”라며 “법률적으로 최대한 가동해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이 과거 손 전 회장 시절의 문제로 해당 사건을 덮으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발언도 현 경영진을 향해 있다.

      이 원장은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제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까지 나섰다. 27일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 진위확인을 누락하거나 담보, 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으며 대출을 받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도 용도에 맞지 않게 대출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서둘러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당국의 제재로 인해서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에 따른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무리하게 해당 거래를 밀어 붙이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더불어 동양생명 인수가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위함이란 비판이 있다는 점에서 인수가 최종 무산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 회장은 임기 1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임기 내에 180억원 횡령사건, 파생상품 운용 1000억원 손실에 이어 전임 회장이 얽힌 불법대출 사건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생보사 2곳을 동시에 인수하는 것을 두고도 그룹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업계 6위와 9위의 보험사를 동시에 인수한다는 점에서 합병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생보사 합병을 진행한 신한금융 등도 여전히 합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금리 하락기 추가적인 자본확충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수를 단순하게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보단 임 회장 ‘치적 쌓기용’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너무 급하게 인수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라며 “현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는 것은 자칫 도박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거래를 두고 중국 내에선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시장에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가격으로 최대 3조원까지도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거래 가격을 두고 중국 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 자국내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지면 이를 이유로 중국정부에서 거래 승인을 불허할 수 있다. 거래 종결까지 변수가 많다.

      이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승인도 생각해야 할 변수다”라며 “최종 인수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