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성채권 발행 나선 보험사들, 흥국생명 콜옵션 '악몽' 감당할 수 있나
입력 2024.08.29 07:00
    취재노트
    다음달까지 조 단위 발행 예고
    건전성 문제 수면위에 오르기 전에 선제 발행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등 겪으면서 투심 보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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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자본성채권 발행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당장 다음달까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가 2조원이 넘는다. 메리츠화재(4000억원), 한화손해보험(2000억원), KDB생명보험(2000억원), 한화생명보험(3000억원), 흥국화재(2500억원) 등이다. 여기에 초과 수요가 있을 경우 발행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발행 물량이 통상 상반기에 몰리지만, 올해는 하반기에도 발행이 몰린 이유는 떨어지는 건전성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평균 킥스(K-ICS) 비율은 223.6%로 전 분기(232.2%) 대비 8.6%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사는 10%포인트 하락한 222.8%, 손해보험사는 224.7%다.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킥스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킥스 비율은 금리 민감도가 커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이 바로 수치에 나타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 킥스 비율이 바로 바로 떨어지게 된다. 회사채 발행 비수기에도 보험사들이 발행에 나서는 이유도 수요가 마르기 전에 발행을 마무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하더라도 킥스 비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한화생명이 올해 킥스 비율 목표치로 175%를 제시했는데, 이는 기본보다 15%포인트 낮춘 수치다. 2월에 진행된 결산 IR에선 연간 목표치를 190%로 제시한 바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킥스 비율이 떨어질때는 두자릿수가량 떨어지지만,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서 올리려고 하면 수천억원 규모로 발행해도 1~2% 증가 효과밖에 없다”라며 “특히 생보사는 장기 보험이 많기 때문에 킥스 비율을 단숨에 올리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지도 미지수다.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022년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 콜옵션(조기상환)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해서 시장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면서 결국 흥국생명은 당초 투자자들에 약속한대로 콜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해당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금융기관 조차도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남기게 했다. 

      신뢰 문제는 보험사에 비용으로 전가된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힐 경우 대주주에 더욱 기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충분치 못한 보험사들은 이마저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이미 보험사 매물이 나와있지만, 시장에서 소화가 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새로운 회계제도의 ‘매운맛’ 버전이 이제 시작됐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간 실적부풀리기 등으로 시끄러웠지만, 어디까지나 호시절이었고,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제도 도입 전부터 논란이 됐던 자본확충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진짜로 콜옵션 행사를 못하겠다고 손을 드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험사들은 주관사 선정에서부터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를 선호한다. 시장 수요를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같았으면 금리 조건만으로도 충분히 수요를 모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보험사의 건전성 등 투자자들의 요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