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HMM만 보다 허탕쳤는데...드디어 물 들어오는 인수금융 시장
입력 2024.08.29 07:00
    시중금리 하락에 활기 되찾는 M&A·인수금융 시장
    폐기물부터 산업용·특수가스…조 단위 매물에 주목
    작년 HMM 목매던 것과 대조적…경쟁 치열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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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중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인수합병(M&A) 시장에 알짜 매물이 쏟아지며 인수금융 주선사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차환·자본재구조화 일감까지 포함하면 하반기 은행과 증권사들의 주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년 전 너나 할 것 없이 HMM 인수전만 바라보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선 상반기 시작된 에코비트와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전 외 에어프로덕츠코리아, SK스페셜티까지 연이어 등장하는 조 단위 매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간 회수 성과 확보에 집중하며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모처럼 신규 거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방 시장에 물이 들어차며 인수금융 시장 역시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인수금융 시장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가 5% 중반까지 빠진 건 한두달 전부터이지만 당시만 해도 하반기 차환(리파이낸싱)이나 리캡(자본재구조화) 거래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라며 "전방 M&A 시장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데 현재 갑자기 수조원 규모 거래가 등장하면서 대출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 특히 반기는 분위기다. 대부분 매물이 안정적 수익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가계대출을 대체할 수 있는 우량자산에 눈독을 들여왔다. 조 단위 인프라 자산에 대한 인수금융은 이자·수수료 수익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이달 등장한 에어프로덕츠코리아나 SK스페셜티의 경우 종전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보다 덩치가 큰 것은 물론 인수 후보군들의 조달 역량도 넉넉한 편이다. 입찰 경쟁에서 너무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만 않는다면 은행권에서 부담 없이 북(자체 운용한도)을 내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에코비트 거래에서 산업은행이 스테이플파이낸싱(매도자금융)에 나설까봐 볼멘소리를 내던 게 무색해진 상황"이라며 "산업용 가스, 특수가스 사업들은 상환 우려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치솟지만 않으면 부담 없이 대출 영업에 나설 수 있다"라고 전했다. 

      작년 하반기 M&A 시장 전반이 HMM에 목을 매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방 기근이 한창일 때였다 보니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빅딜에도 은행·증권사들이 몰려갔던 건데, 현재는 조 단위 인수금융 주선 기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인수금융 시장에선 신규 거래 외에도 시중금리 인하에 맞춘 리캡·리파이낸싱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거래는 물론 이자 부담을 낮추고 회수 실적을 쌓기 위한 거래까지 주선시장 전반에 일감이 두루 제공되는 셈이다. 최근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실적 개선을 앞세워 1조원대 리캡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부터 증권사까지 하반기 영업전이 관전 포인트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전방 M&A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PE들의 텀 쇼핑은 물론 인수금융 주선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