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한배 탄 SK하이닉스, SK그룹 리밸런싱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4.08.30 07:00
    엔비디아 성장 둔화에 SK하이닉스도 동반 하락
    AI 시장 곧 고점?…SK그룹 교두보 휘청이는 형국
    통신·에너지·SI·건설까지 그룹 밸류체인 묶이며
    리밸런싱 성과와도 관련성 높아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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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엔비디아 성장세가 완만해지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조정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양사는 인공지능(AI) 산업으로 흘러가는 자금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통한다. SK하이닉스를 교두보 삼아 AI·반도체로 뱃머리를 튼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조정) 작업에 미칠 영향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현지시간) 발표된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의 영향으로 5% 이상 하락한 17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AI 투자가 고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점적 파트너십을 꾸려온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거란 판단이 주가를 누르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주가가 눌리는 게 AI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이나 양사 기술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때문은 아니다"라며 "지난 2018년 슈퍼사이클(초호황) 시기처럼 내년을 정점으로 AI 반도체 구매가 뜸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손보고 있는 SK그룹으로선 교두보가 휘청이는 상황으로 비유된다. 그룹 계열사마다 각기 AI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구심점에는 SK하이닉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진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등이 그룹 AI 신사업의 기수 역할로 조명돼 왔지만 계열 전반 사업마다 AI와 반도체 존재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SK그룹 이천포럼 역시 그룹의 AI 밸류체인 강화가 주요 골자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7월 확대경영회의 이후 SK그룹이 80조 규모 AI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글로벌 빅테크처럼 직접 AI 시장에서 맞붙기엔 현실적 한계가 크고 여력도 부족하다"라며 "결국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의 전후방 인프라 시장에서 각 계열사가 성장 기회를 찾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달 들어 AI 데이터센터 신설 계획을 내놨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HBM이 탑재된 엔비디아 GPU로 서버를 구축하면 SK네트웍스나 SK C&C 등이 관련 솔루션 사업을 맡는 식으로 신사업 밸류체인을 공유할 수 있다.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윤활기유 계열사 SK엔무브까지도 서버용 액침냉각 신사업에서 캡티브(계열 내부매출) 수혜를 누릴 수 있다. 

      동박 등 주력이던 2차전지 소재 사업 축소를 검토 중인 SKC의 경우 일찌감치 SK하이닉스 성장에 올라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지난해 인수한 반도체 테스트용 소켓 업체 ISC나 글라스기판 신사업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전방 AI 수요로 반도체가 고도화할수록 수혜를 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불거진 SK㈜의 특수가스 자회사 SK스페셜티 가치는 물론 합병을 추진하는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개선 작업도 마찬가지다. 양사 사업구조 모두 SK하이닉스 실적에 직간접적으로 연동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페셜티가 좋은 가격에 팔리고 SK에코플랜트가 적기 상장(IPO)에 나서려면 SK하이닉스가 잘 벌고, 공장(fab)도 많이 지어줘야 한다"라며 "현재 양사의 잠재 원매자나 재무적투자자(FI)들 역시 SK하이닉스 덕을 얼마나 볼 수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나 SK하이닉스 모두 내년까진 호실적이 예상된다. 내년 출시할 AI 반도체까진 빅테크들의 주문이 꽉 들어찬 덕이다. 그러나 시장 우려처럼 과거 슈퍼사이클 직후 업황이 반 토막 나는 상황이 재현될 경우 수급이 정상화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양사 실적이 글로벌 증시에서 고용지표 수준 존재감을 갖추게 된 상황이라 투자가들은 계속해서 내년 이후 전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시간 내에 SK하이닉스와 밸류체인 전반을 공유하게 된 SK그룹 리밸런싱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산업이 중간에 덜컹거리는 과정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당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