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의 칼날, 왜 박정원ㆍ임종룡 회장에게 향할까
입력 2024.08.30 07:00
    Invest Column
    한층 수위 높아진 이복현 원장 행보...여론전도 불사
    '독자적 행보'일까 '윗선의 지침'일까 궁금증 유발
    '대관라인 작동 안됐나' 방어 못하는 두산ㆍ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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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감원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과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전까지도 실세 원장으로 불리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두산과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내놓고 있는 발언들은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두 기업을 '타깃' 삼아 여론전ㆍ장외전까지 불사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사정 권한을 가진 당국의 수장이 방송에 출연해 특정 기업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우리금융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 엄벌 방침을 시사했는데, 이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28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회장은 이날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며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한 차례 사과한 바 있는 임 회장은 불과 2주 만에 더 높은 수위의 사과 메시지를 내놓으며 한껏 더 몸을 낮춰야 했다.

      두산 역시 26일 금감원으로부터 2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상황에서, 구조 변경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주식교환을 통한 두산밥캣의 완전 자회사화를 포기했다. 최초 의사결정 당시 원안 강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원장의 견제 수위가 높아지자 일단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을 지켜보는 금융권은 이 원장의 발언 수위가 크게 날카로워진 이유를 궁금해 한다. '누군가의 지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 행보'인지 여부다. 이런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는 두산이나 우리금융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된다. 

      일단 눈에 띄는 건 이 원장의 임기다. 2025년 6월까지로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규정상 한 차례 3년 연임이 가능하긴 하나, 초대 이헌재 원장 이후 연임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 원장은 앞으로 9개월 이내에 차기 진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관급인 금감원장 다음으로 갈만한 곳은 많지 않다. 다음 총선은 3년 넘게 남은데다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라 국회의원 출마는 쉽지 않고, 지역정치 기반이 없어 지방선거 출마도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란 평이다. 결국 가장 유력한 자리는 내년 상반기 중 대통령실 행일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이 원장이 대통령실행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는 핵심 정책 사안에 보조를 맞춰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면, 최근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두산의 경우 이번 정부의 경제금융 부문 핵심 정책인 '밸류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시도를 했고, 우리금융의 경우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큰 결격 사유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원장의 메시지에는 '용산의 의중'이 실려 있을까. 현 시점에서 이 원장이 '대통령의 복심'으로서, 대통령실의 의중을 대변해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관계가 이전처럼 각별하지 않다는 관전평을 내놓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간의 궁금증은 오히려 두 '타깃'으로 향한다. 두산의 경우 15년만에 24조원 규모의 해외 원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고, 해당 수출이 정부 차원의 치적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반면교사'로 찍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 대통령의 기업 및 산업 관련 행보 여러차례 발을 맞춰왔다. 당장 오는 9월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임종룡 회장의 경우에도 여러 논란이 있긴 하나, 현 정부 출범 뒤 취임한 금융그룹 회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치며 정관계 네트워크도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임 회장이 직접 정치권 인사들을 접견하며 '대관' 활동에 나선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복현 원장은 검사라는 출신과 향후 예상되는 진로상 대통령실과 일정 수준 이상 동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인연이 없지 않을 두산과 우리금융이 왜 이렇게까지 '난타' 당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 제기된다. 대관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불법대출 관련 검사에 금감원 뿐만 아니라 검찰이 참여한 배경을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일이 어디까지 커질 지 가늠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두산과 우리금융은 일단 적극적 대응보다는 사태의 방향성을 예의주시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