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지속되는 '코드인사' 잡음...성과급도, 승진도 '김성현 사단'만?
입력 2024.09.02 07:00
    Invest Column
    IB부문서 집중적으로 고액연봉자 나와...타사와 비교돼
    IB부문 인사 경영관리ㆍS&TㆍWM부문 배치 '사내 낙하산'
    특정 학연ㆍ지연 '코드 인사' 의혹 여전...퇴사 배경 언급
    '이직 기피 회사' 평판도...'최장기 CEO' 연임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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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사장 사내 별명이 뭔 줄 아십니까? 자기 딸들을 충성 경쟁 시킨 '리어왕'이에요. 절대 권력을 쥐고, 절대적인 충성심을 요구한다는 점에서요." (한 금융사 관계자) 

      지난 14일, 주요 임직원의 연봉 정보가 담긴 반기보고서가 공시되자 KB증권 안팎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올해에도 이전과 다를 것 없이 김성현 대표가 소속됐던 투자금융(IB) 부문의 임원들이 '연봉킹' 리스트에 줄 지어 이름을 올린 까닭이다.

      수 년 전부터 KB증권 사내에서는 이른바 '김성현 사단'이 아니면 승진에서도, 보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는 KB증권 실무자급 직원들이 로열티를 잃고 회사를 잇따라 떠나게 하는 배경 중 하나로도 지목돼 왔다. 

      회사는 "성과에 따라 측정 됐기에 문제 없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하나하나 숫자를 따져보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돈 더 버는 사업부 있어도 고액연봉은 IB부문에서만? 

      상위 연봉자 공시가 의무화된 2018년 이후. KB증권 연봉 상위 5명 중 과반수 이상은 예외 없이 IB 부문 임원들이 차지해왔다. 이런 경향은 최근 3~4년 사이에는 더욱 심해졌는데 2022년엔 '연봉킹' 5명이 모두 IB부문에서만 나왔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자본규모가 비슷한 경쟁 증권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WM이나 트레이딩 부문 실무직들이 종종 고액연봉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증권은 고액연봉자 5명 중 WM부문이 4명, IB부문은 1명이었고, 한국투자증권은 IB출신인 정일문 전 대표를 포함해도 IB부문 고액연봉자가 2명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IB부문 출신 고액연봉자가 없었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KB증권의 IB부문 수익규모와 1인당 수익성 등이 국내 증권업계 최상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해당 부문 성과가 우수하고 수익을 많이 내었기 때문에 상위 성과급자들이 몰리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 측 설명과 달리 IB부문이 항상 수익성 톱을 달성한 것은 아니다. 2023년 기준, IB수수료 수익(3125억)은 수탁수수료(4495억원), 이자이익(6141억원), 상품운용손익(3633억원) 대비 오히려 떨어졌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위탁ㆍ자산관리 부문이 2654억원의 수익을 내 IB부문(1599억원)을 크게 앞섰음에도 불구, 고액연봉자는 항상 IB부문에서만 지속적으로 산출됐다. 수수료 중 IB부문의 수익 기여도는 최근 3년 평균 41%정도로 측정되는데, 35% 안팎인 한국투자증권과 비교해도 KB증권의 IB부문 고액연봉자 쏠림은 크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식상 IB수수료 규모가 IB부문의 전체 수익은 아니며, 이연성과급 등으로 인해 2021년, 2022년 유보된 성과급이 2023년 이후 반영됐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KB증권이 IB부문만으로 이뤄진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 특정 분야에서만 집중적으로 고액연봉자가 배출되고 있다는 인식이 사내는 물론, 업계 전반적으로도 파다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지난해 연말의 IB부문 출신 인사가 경영관리 부문까지 장악한 파격적인 인사와 맞물려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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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부문 출신이 '경영관리' 전격 발탁...회사선 "통섭 인재 양성 차원" 

      KB증권은 지난해 말 인사ㆍ총무ㆍ글로벌 부문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부문장직을 신설했다. 그리고 직전 IB 2부문을 총괄하던 강진두 부사장을 부문장으로 내려보냈다. 

      해당 인사는 합병 전 현대증권 시절부터 SF실장ㆍ기업금융부장 등을 담당해 온 IB 전문가다. '경영관리'와는 거리가 먼 경력이다. 이로 인해 사내에서는 '깜짝 인사'로 분류됐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에쿼티운용본부장도 IB부문 대체금융본부를 맡던 윤법렬 상무가 보직을 맡았다. 또 WM부문 산하 고객자산운용센터장에도 IB부문 기업금융1부장ㆍ신디케이션부장을 역임한 김민수 상무가 배치됐다.

      KB증권은 작년말 인사에서 '경영관리'ㆍ'트레이딩'ㆍ'자산관리(WM)' 등 주요 영역에 모두 김성현 대표가 소속됐던 IB부문 임원들을 한꺼번에 내려 보낸 셈이다.

      KB증권은 "오랜 각자 대표 체제로 인해 안정적 후계자ㆍ통섭형 리더 육성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점이 인사의 이유라고 밝혔다. "향후에도 이러한 부문간 이동을 지속 시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 분위기와 체감도는 싸늘하다. 당연히 이러한 인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내부 낙하산'을 맞이하게 된 S&T부문과 WM부문은 상당 부분 사기가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S&T 및 WM은 지난해까지 박정림 전 대표 소속 부문이었고, 이전엔 현대증권 출신 윤경은 전 대표가 관할했다. 박정림 대표가 퇴임 이후 김성현 대표가 S&T 부문과 경영관리 부문까지 담당하게 되며 인사 및 관리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자연히 내부적으로는 김성현 대표가 "자기 식구가 아니었던 해당 부문 인사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박정림 사장이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시점과 내용 면에서 '고대하던' 인사권을 쥐게 된 김 사장이 IB부문의 식구들을 최우선적으로 챙겨줬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로 비교하자면 정영채 대표 시절 NH투자증권이 당시 윤병운 부사장이나 최승호 부사장을 경영관리총괄로 앉힌 것과 같은 상황이다"라며 "실제 이런 인사가 실제 이뤄졌다면 노조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B부문 내 '코드' 여전? '탕평' 노력에도 직원들은 "조직이 정치적"

      IB부문이라고 모두 성과급이나 승진에서 이득을 받는 것은 아니다. IB 부문 내에서 특정 학교와 특정지역 출신들만 승승장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김성현 대표의 모교인 연세대와, 광양ㆍ순천ㆍ여수 등 전남 지역 출신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퇴임한 '2인자' 김성원 전 부사장의 모교인 성균관대 출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IB부문 출신인 강진두 부사장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주태영 전무ㆍ심재송 전무ㆍ문성철 전무 등 3명의 IB 총괄본부장들도 지역연고 기반 인사들로 분류된다.  

      리서치센터장에서 ECM본부장으로 발탁된 유승창 전무도 연세대를 나왔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S&T부문장으로 발탁된 민시성 전무는 김 사장과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년 전 코드 인사 의혹이 제기된 이후 김성현 사장도 인사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특정 지역 출신이나 대학 출신이 중용된다는 인상이 남아있다"며 "최근 수 년 새 회사를 떠난 실무자 중엔 퇴사의 배경으로 '조직이 정치적이다'라는 이유를 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현 대표와 KB증권은 코드인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성현 대표 취임 후 IB부문에 신규 선임된 임원 중 호남 출신은 1명(10%), 연세대 출신은 2명(20%)에 불과하다는 점이 근거다. KB증권은 "호남 인맥으로 분류되는 IB총괄본부장(심재송 전무)이 직급연차ㆍ성과 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 승진과 보임에서 누락됐다"라면서 회사 내에서는 탕평인사가 실시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말 발탁된 조병헌 부사장도 김성현 대표와 학연ㆍ지연으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임 부사장ㆍ전무 및 각 본부장급들 중 김성현 대표 출신학교와 연고지, 심지어 과 동문으로 이어진 인사가 적지 않은 데 대해서는 회사 측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KB증권 IB부문은 경쟁사 실무자들이 이직을 기피하는 회사 중 한 곳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내부 실무자들은 '일을 배울 기회가 없고, 상급자들은 대표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유능하다는 평판을 듣던 인사들이 이직 후 사내에서 일종의 '벽'을 느끼고 열의를 잃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KB증권이 주관사 선정 경쟁 PT에 참여했던 한 발행사 관계자는 "KB증권이 기업가치 등 수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공격적인 제안을 해왔는데, 리서치 역량이나 인뎁스(in depth;고찰의 깊이), 완성도 등 퀄리티는 떨어진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성현 사장은 2019년부터 4연임을 거치며 6년째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누리투자증권 시절을 포함, 역대 최장기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말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양종희 회장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차기 대표이사를 결정할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르면 오는 9월 말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