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갈아타기' 앞두고 삼성증권 PB가 '리츠' 매수하는 이유는?
입력 2024.09.02 07:00
    삼성증권, 3분기 PB KPI에 리츠 매수 포함
    금리 인하기 리츠 주목하는 것 당연하지만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염두뒀단 관측
    리츠는 증권만 거래 가능…은행 이동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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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반기 증권사 자산관리(WM) 실적 향방을 좌우할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도입이 임박했다. 금융사간 퇴직연금 계좌 이동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증권사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WM '명가'로 분류되는 삼성증권이 자사 프라이빗뱅커(PB)의 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리츠' 매수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론 금리인하 기대감과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측면 때문이란 설명이지만, 리츠가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서만 투자가 가능하단 점에서 제도 시행 이후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3분기부터 PB의 KPI에 고객 퇴직연금 계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리츠를 매수하는 것을 새롭게 포함했다. 리츠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 및 지분에 투자한 뒤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리츠는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다시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배당 수익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코스피에 상장된 리츠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산출한 지수인 'KRX 리츠 TOP10 지수'는 최근 3개월 사이 약 3.9%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9%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증권의 조치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금리인하를 목전에 둔 시기에 주가와 배당 수익률 측면에서 고객에게 리츠를 추천해주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타 증권사들도 리츠를 추천상품에 포함하는 등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금리 인하기에 주목받는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가 리츠"라며 "KPI 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리츠 주가도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추천상품 목록에 포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오는 10월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포트폴리오 그대로 이전이 가능하다.

      리츠는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로만 투자가 가능하다. 증권사간 이전은 가능하지만, 은행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현금화를 해야 한다. 이에 은행으로의 퇴직연금 계좌 이동을 막고,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새롭게 KPI에 리츠를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PB는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 수익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중국 펀드나 ETF에서 손실을 본 것들도 꽤 된다"며 "리츠는 배당금 소요가 큰 만큼 쉽게 매도하기도 어렵고, 은행으로 계좌 이전도 현금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번거롭기 때문에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