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삼성證의 치열했던 하이브 CB 주선 경쟁…"시끄러워도 이만한 딜 없다"
입력 2024.09.03 07:00
    취재노트
    공개매수·IPO·CB 발행 조력…관계 바탕으로 주선 경쟁 나선 증권사들
    수천억원 자금 지원 약속에 고위임원 나서기도…결국 미래證 승기
    에쿼티 딜 가뭄인데 간만에 '빅딜'…"기관들도 하이브 CB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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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이브가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다. 그간 하이브의 자금 조달이나 인수금융(M&A) 추진에 대한 조력을 아끼지 않던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는 주선사로 선정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거나 고위 임원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식이다. 최근 주식자본시장(ECM) 딜 건수가 줄어들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딜 소싱을 위해 적극 나섰다는 평가다.

      하이브가 이번에 발행하려는 CB는 3년 전 발행했던 CB 차환 목적으로, 표면금리(쿠폰금리)와 만기이자율 모두 0%인 소위 '빵빵채권'이다. 전환가액은 현주가 수준 대비 20%가량 할증이 붙으며, 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리픽싱)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3년전 발행한 하이브 CB 물량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만큼 딜 수성이 어렵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선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가 물밑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선 경쟁에 뛰어든 증권사들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은 하이브와 한 번 이상 관계를 형성한 적이 있는 곳들이다.

      먼저 삼성증권은 지난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자문을 맡은 곳이다. 일각에선 하이브에 대항해 지분 경쟁을 벌인 CJ그룹, 카카오그룹과는 관계가 틀어질 수 있음에도 하이브 측에 도움을 준 삼성증권을 두고 우려 섞인 평가가 제기됐었다. 결국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고 삼성증권이 하이브로부터 받은 자문수수료 또한 넉넉하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증권은 3년 째 하이브에 사실상 무이자로 차입을 해줘 왔다. 3년 전 하이브가 발행한 CB에 39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자율이 0%인 데다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이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후 2400억원가량을 재매각(셀다운)했고 1500억원 규모만 보유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으며 증시 입성을 도운 바 있다. 

      이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해당 증권사들은 CB 발행 소식을 접하곤 적극 영업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경준 하이브 CFO로부터 가장 먼저 CB 발행 계획을 듣고 파악했다고 한다. 공개매수 자문 당시 수수료를 낮게 줬던 점을 감안해 기회를 부여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측은 과거 CB에 투자한 전례가 있는 만큼 삼성증권에 먼저 기회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며 미래에셋증권이 CB 발행 주선사를 맡게 됐다고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보유 중인 CB에 대해 9월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한 뒤 다시금 18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등 사실상 '차환'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와중에 한국투자증권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브 측에 수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4000억원 CB를 총액인수 방식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자금 필요 시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조건 수준과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이브 측도 이같은 조건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기존 투자자였던 미래에셋증권을 주선사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각 증권사의 고위 임원들 또한 관계를 강조하는 등 직접 영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이브 CB 발행 주선사 자리를 여러 증권사가 탐냈던 이유로는, 최근 ECM 관련 딜이 부족한 점이 거론된다. 

      연초부터 주관사 선정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됐던 메가존클라우드나 반도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하반기 중 무신사 등 유니콘 기업들이 주관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건수 자체로만 보면 많진 않다는 평가다. 유상증자는 주로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은 하이브란 주요 기업이, 수천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하이브 CB 발행이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하이브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이에 따른 주가 하방 압력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간 노이즈는 현재진행형이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 논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생활 논란 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2020년 상장 이후 40만원 이상의 주가를 기록하던 하이브는, 최근 10만원 후반대까지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다만 내년 중 BTS 멤버들의 군복무가 모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참여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하이브 CB 발행이 화두가 됐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빅 딜로 떠오른 분위기다"라며 "증권사들 또한 하반기까지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