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에서 개발사업까지…다시 영역 확장 나선 삼성물산
입력 2024.09.03 07:00
    경쟁입찰 참여하며 정비사업서 존재감
    부동산 개발 관련 인력도 영입중
    보수적 시공사에서 자본 태우는 개발사로?
    개발 참여로 랜드마크 시공권 따내려는 목적도
    대대적인 개발사업 확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도급순위 1위 건설사 삼성물산이 개발 사업 분야까지 확장할 채비에 나섰다. 우량 사업장에 시공사로 참여하는 다소 보수적인 전략에서 선회해 직접 자금을 투입해 사업지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 차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이 다소 제한적인 상황에서 훈풍이 불기 시작한 건설·부동산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물론 삼성그룹 특유의 보신주의 문화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과거 주택사업(래미안) 철수설까지 나돌았을 당시와는 분위기가 반전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부동산 시행 등 개발 사업 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임직원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론 삼성물산이 시공사 지위 외에도 자기자본을 투입해 개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지도 상당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최근 시행·신탁 등 부동산 개발 관련 경력 직원을 채용하며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조직이 안정화하고 관련 업계 접점을 늘린 이후 개발 사업 참여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 측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와 협업하는 방안 등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들어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건설부문의 수주목표액은 총 18조원. 이 가운데 정비사업 목표만 총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도 수주액 2조10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국내 수주 목표액(10조원)의 30% 이상 해당한다.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삼성물산은 공격적인 영업을 재개했다. 최근의 삼성물산 행보는 과거 경쟁입찰 보단 수의계약 위주의 선별적 수주를 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르단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해 ▲잠원강변 리모델링(래미안 신반포 원펠리체, 공사비 2320억원) ▲부산 광안 3구역 재개발 사업(공사비 5112억원) ▲서울 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약 4000억원)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달 27일엔 부산 사직2구역(래미안 사직 엘라티오, 공사비 4491억원) 시공권까지 따내며 정비사업 수주 잔고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남영 2구역, 방배15구역 , 신길2구역 등 재정비 사업 수주에 참여가 예상되는데, 특히 공사비만 약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한남4구역 재개발의 경우 현대건설 등 메인 건설사와 타이틀 매치가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자본을 투입해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은 알짜 사업지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주요 사업지의 경우 1군 건설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시공사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개발 주체로 참여하길 원하는 사업주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분쟁 등이 늘어나다 보니 건설사가 개발에 직접 참여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완결성을 높이길 원하는 사업자(조합 또는 시행사)가 상당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국내 개발 사업 확대를 꾀했으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실상 개발 사업을 접었다. 합병 전 정비사업 수주만 약 20조원에 달했지만 합병 이후 해당 수주가 제로(0)에 수렴할 정도로 보수적 선별 수주로 전략을 바꿨다. 이는 건설사업과 개발사업 과정에서 혹시 나올지 모를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다만 도시의 노후화로 랜드마크 사업지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경기가 다소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물산 역시 국내 건설분야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물론 회사 전체로 확장하면 건설사업 외에 마땅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10년 넘게 정체돼 있고 합병 당시 언급했던 사업적 시너지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은 잔존해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자체적인 기업가치 증대는 과거 합병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의 행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대적인 사업 확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 건설사에 비해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경직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가 남아있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대변되는 개발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