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원에 밉보인 우리은행, 주담대 '옥죄기' 솔선수범(?)…'풍선효과' 뇌관될 수도
입력 2024.09.02 14:50
    Invest Column
    '강력한' 주택대출 규제 방안 발표한 우리銀, 9일부터 시행
    실수요자 불안감 불 붙었는데...'은행 대출 막힌다 인상 줘'
    '대출 오픈런' 시작...보험→저축은행→대부업 수요 전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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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가장 강력한 주택대출 관련 자율 규제방안을 앞장서서 내놨다. 무주택자 일부를 제외하면, 아예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 잇딴 횡령에 전직 회장이 얽힌 불법대출로 위기에 처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몸을 한껏 낮췄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문제는 총량 규제에 가까운 공격적 주택대출 제한이 만들어낼 결과다.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엔 이미 불이 붙었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대출 오픈런'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사금융으로 전이되는 '풍선효과'가 이미 시작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 소유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 구매 목적 대출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자금 대출 역시 '전 세대원이 무주택자'인 세대에만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주담대 최장 만기는 30년으로 축소하고, 아파트 입주자금 대출 취급도 기존 사업장 위주로 최소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발표 이후, 곧바로 카카오뱅크도 주택담보대출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앞장서 내놓은 대책은 현재까지 나온 주택대출 관련 제한 정책 중 가장 공격적인 대책으로 손꼽힌다. 이미 7월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 4대 시중은행 중 주담대 금리 최저치가 가장 높았는데, 여기에 비(非) 금리적 대출 억제책까지 촘촘히 추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하순부터 총량 규제에 준하는 정책을 도입하며 가계대출, 특히 주택관련 대출 압박에 나서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은행의 현 가계대출 잔액이 116조원으로 올해 말 관리목표(115조4000억원)를 이미 초과하고 있기도 하다. 연말까지 관리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내년 금융당국과 함께 수립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목표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은행이 유독 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는 평이 나온다. 비슷한 상황인 국민은행보다도 더 파격적이었다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잔액이 연말 관리목표보다 적은 곳은 한 곳도 없다. 금감원이 가하고 있는 '압박'의 강도는 비슷하지만, 아직 신한은행은 유주택자 전세대출 정도만 금지한 상황이고, 하나은행은 아직 본격적으로 대출 제한에 나서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우려'를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내부통제가 미비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불거진 전 회장 연루 불법 대출 사건에 이르러선 금융당국에 검찰까지 나서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임종룡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이 정부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기 때믄에, 더 이상 밉보이면 안된다는 논리가 작동했을 것"이라며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 우리은행이 전격적으로 선배상 결정을 내렸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은행이 주택대출 제한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으며, 아직 대책을 고민 중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게 '본보기'가 될 거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우리은행식 대출 제한이 전 은행권으로 퍼졌을 때다. 부동산 수요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대출 공급을 걸어잠그면 결국 타 금융권으로 수요가 팽창하는 풍선효과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주담대를 51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보험업권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삼성생명등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DSR 비율이 50%로 적용돼 은행권 40% 대비 대출 한도가 많고, 만기를 일괄 30년으로 축소한 우리은행ㆍ국민은행과 달리 아직 40년짜리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현재 공시된 최저 대출금리 역시 연 3.54%(삼성생명 기준)로 이미 4%대까지 금리를 올린 시중은행권 대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아직 보험사로 풍선효과가 전이되진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총량 규제 수준의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게 불과 일주일 사이의 일인만큼 보험업권 주담대 증가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대비 보험사 주담대 잔액이 '올해 6월 말' 기준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출 신청을 하더라도 심사에만 최소 1~2주가 소요되는데다, 자금 집행 1~3개월 전 수요자가 대출 조건을 검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엔 큰 폭으로 수치가 늘 수도 있다는 평가다.

      보험업권까지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 그 다음은 저축은행, 대부업 순으로 '압력'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들도 지난 정부 시절 금리 상한이 20%로 축소되고 난 후 경쟁력으로 주담대 취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부업체들은 담보인정비율(LTV) 및 DSR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 후순위로 대출을 집행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부업 대출 잔액은 6개월 전 대비 2조700억원 줄었는데, 이는 대부잔액 2조원의 아프로파이낸셜이 폐업함에 따라 생긴 착시효과라는 평가다. 자산 100억원 미만 법인 대부업자와 개인 대부업자의 담보대출 잔액은 각각 1150억원, 600억원 늘었다. 대부업자의 주담대 연체율은 지난해 3월 12.6%에서 올해 6월 20.2%까지 급증했는데, 주담대 취급액이 늘어나며 부실률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도 회장 및 행장이 받고 있는 압박 등 여러 전후사정을 고려해서 대출 축소 방안을 내놨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은행 대출이 완전히 잠길 수 있다'는 공포를 시장에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